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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Jul 13. 2024

우리는 무엇을 먹고 읽으며 살아가는가?

 어제 하루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 라는 질문에 오늘 나의 몸 상태는 답을 해주고 있다. 사람은 무엇을 먹었는가에 따라서 각자의 건강상태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국민은 무엇을 주로 먹고 살아왔는가? 바로 쌀이다. 하얀 쌀밥 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은 대한민국 사람에게는 힘이라고 불리곤 한다. 밥심이라고 불리는 우리가 주로 먹고 자란 쌀은 대한민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라는 의문점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쌀 재난 국가]라는 책이다. 수필을 주로 읽던 나는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게 되었다. 독서를 하는 내내 나의 일상적인 상황들을 다양한 사회과학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주로 밥을 먹을 때 음식의 맛을 음미하듯이 나는 책의 내용과 내 생각 그리고 경험을 함께 음미하며 읽어보았다. 책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알게 된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저자는 함께 모여서 공동체적인 품앗이를 하던 대한민국의 쌀 경작 문화를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는 협동하는 공동체 생활이 익숙하다. 하지만 추수 시기에 각자 논의 벼 수확의 결과는 다르기에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지방에 속담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다. “자식은 이녁(내 가족) 식구가 좋아 보이고, 농사는 옆집 농사가 더 좋아 보인다.”라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이 속담이 떠올랐다. 그리고 함께 협동하는 반면에 경쟁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우리나라는 협동심에서는 1등일 것이다. 예를 들면 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 태안반도 기름 유출 시 기름 제거 모임, 코로나 백신 접종률 1위 등 함께 해야 하는 일에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과 같다. 하지만 지독하게도 심각한 경쟁 사회이다. 초등학생 학부모로 주변의 자녀 교육열만 보더라도 각자의 자녀가 무엇을 배우고 학습하는지는 일급비밀일 정도의 경쟁 모습을 보인다. 대한민국의 협업과 경쟁의 아이러니한 양극적인 성향에 대해서 저자는 쌀농사를 통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협동과 경쟁의 양극적인 모습의 이유를 벼농사 체제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풀어감이 읽는 내내 무릎이 딱 쳐지도록 공감이 되고 명쾌한 이야기였다.     


 또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연공서열로 인해서 대한민국은 불평등 구조로 되어 있다. 그 이유가 물이 많이 필요한 벼농사는 기후변화에 따라 수확물의 양이 달라지는 예민한 농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농사에 대한 오랜 시간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를 우대하게 되었다. 어찌 벼농사에서만 우리 사회가 연장자를 우대하는가, 순수하게 뛰어놀며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만 봐도 나이에 대한 연장자 우대 편견의 모습을 보인다. “너는 몇 살이야?”라고 물으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는 우대해주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남편이 일하는 회사에서는 직책이 높은 사람이 월급은 많이 받는데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하기보다는 낮은 직책의 사람에게 일을 몰아주고 연장자는 쉬는 모습을 보인다고 불평을 토로할 때가 있다. 저자가 말한 연공체제의 불평등 구조는 사소하면서도 자질구레하게 대한민국 생활 구석구석 보인다. 한때 남편이“우리나라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회사문화는 정말 달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다른데?”라고 묻자 “그들은 보스라고 해서 높은 대접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냥 각자 업무능력에 따라서 인정을 받지, 우리나라는 직책이 높은 사람에 대한 공경심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하고 회식문화도 너무 딱딱하고 불편한 데다가 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 업무능력과 상관없이 월급을 많이 받아. 매번 월급날마다 내가 일한 만큼 받았다는 공평한 느낌이 없어. 때로는 이런 모습들이 다 불평등하게 느껴진다니까.”라고 이야기했던 것들이 모두 다 이 책에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그저 남편의 회사생활 불평인지 알았더니, 벼농사 체제에서 오는 연공체제의 불평등 구조였단 말이야? 라는 반가운 듯 황당한 공감이 이어졌다.    

  

 사회에서 느꼈던 다양한 불편한 감정들의 불평등 구조 문화가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보인 모습인지 알았는데 벼농사 체제를 가진 신라 시대 때부터 이어진 긴 역사의 시간 동안 사회에 스며들어진 문화라니…. 책에서 말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여성 배제의 구조 또한 결혼생활 내내 여러 번 나 또한 겪어온 일이다. 벼농사를 오래 지어온 시댁은 벼농사 체제의 문화가 아주 깊이 배어 있는 가정이다. 시시콜콜한 며느리의 흉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시댁에서 밥을 먹을 때면 언제나 새로 한 따뜻한 쌀밥은 늘 시아버님 먼저였고, 그다음은 남편, 장손인 아들이었다. 전날에 남은 식은 밥은 언제나 열심히 밥을 준비한 며느리들 차지였다. 농사일에 주로 노동자로 일하던 남성이 우대받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시집살이 같기도 하고 불평등하기도 했던 기억들 사이에 글의 내용을 공감하였다. 마음 한편에 공감의 마음과 함께 우리는 왜 이런 불평등 구조를 당연하게 여기며 참아가며 살아가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벼농사로 얻어지는 쌀만을 먹지 않는다. 세계화로 인해서 현재 우리는 다양한 작물을 먹고 살고 있다. 이제는 수입된 밀로 인해서 쌀은 생산 대비 소비가 낮다는 뉴스가 나온 지 오래다. 우리의 식습관은 다양성에 공존하여 있고 세계화에 맞게 변화되어 있다. 하지만 벼농사 체제가 주는 불평등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오랜 벼농사 체제에서 내려온 불평등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저자는 안타까워하며 우리에게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보라고 호소하고 있다. 불평등 구조에 대해서 불편한 마음은 가져보았지만, 그때마다 의문을 가지고 이유와 원인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왜 그런 의문은 묻어두었는지, 변화가 필요함을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오랜 시간 익숙해져서 내려오는 불평등에 불평만을 해왔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두가 그저 수긍하고 살아갈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사회문화에 맞춰서 불평등함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수정되어 가야 한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남편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불평등 구조가 벼농사 체제와 관련이 있으며 복지사회구조의 공정한 사회로 현실에 맞게 변화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더불어 책을 읽으며 해결방법이 시급한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의문점이 떠올랐다. 바로 저출산이라는 문제이다. ‘벼농사 체제로 인해서 인력자원이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은 어쩌다 저출산 국가가 되었단 말이지?’라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에 맞는 공평한 결과를 가질 수 없는 대한민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오래되다 보니 2030 세대들은 반항과 같이 ‘딩크족’을 선언하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 나로서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세습 돼 가는 불평등 구조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마음이 출산을 거부하는 마음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 가정에서 주부로 살림하기에 바빴던 국한된 삶을 살아왔던 내가 사회에 대한 의문점과 안타까움의 생각을 가지게 되는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변화는 자연스럽게 [쌀 재난 국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넓혀지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주로 읽던 내가 사회과학적 접근의 서적을 읽어봄으로 사회의 불편함에 대해 다양한 사고와 주변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에 관해서 관심과 의문점을 가지며 도서분류번호 ‘사회과학 코너’ 서적 책장에서 무슨 책을 음미해볼까 하고 기대하며 서 있을 나를 상상해본다. 


 무엇을 먹고살았느냐가 우리 사회가 되었듯이 나는 무엇을 읽고 생각하였느냐가 우리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되도록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독서를 통한 변화된 시각이 우리 모두 살아가는 사회에 바람직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또한, 모처럼 사회과학적인 시각을 갖는 기쁨이 [쌀 재난 국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왔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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