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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Sep 19. 2024

아이의 태몽은 참 이상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던 중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일이라 신이 나서 했다. 그러나 돈을 버는 일이 쉬운 게 하나도 없듯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났고 일을 하는 환경에는 역겨운 화학냄새와 먼지가 많았다.  


남편은 그때쯤 둘째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살이 많이 빠져서 몸이 앙상할 정도로 뼈만 남아있던 나는 체력마저도 없었다. 남편에게 지금은 아이를 갖기에 때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남편의 생각은 완강했고 타의적인 임신을 하게 되었다.  임신이 바로바로 잘 되는 체질인 건지 임신테스트기에는 두줄이 그려져 있었다.


임신 초기부터 약했던 몸은 새로운 생명을 보듬어주기에 버거워했다. 잦은 배 뭉침 핏기 때로는 피곤에 누워만 있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일을 하던 중이라 편하게 누울 수가 없었다. 꽃샘추위가 한참이던 시기라 날씨마저 추웠고 몸은 오한이 들 정도였다.


 꿈속에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몸에 털은 엉켜있었고 윤기가 하나도 없이 퍼석거렸다.  여기저기 더러운 게 묻은 듯 털들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꿈에 나타난 강아지가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그냥 외롭게 지나가는 한 마리의 강아지인가 보다 하고 조금 비켜서 피해 가고 싶었다. 시선을 외면하며 피하려고 할수록 강아지는 계속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자기를 쳐다봐주기를 기다렸다. 나는 왜 이러나 싶은 불편한 표정으로 자꾸 피하려고 노력했다. 강아지는 입이 이상했다. 아래턱이 위에 턱보다 더 많이 나오고 삐뚤어져있었다. 그리고 입가에는 침마저 많이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강아지의 눈은 애잔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듯했다. 나 좀 봐주세요. 나는 당신이 좋아요. 나를 사랑해 주세요.라는 눈빛이었다.  강아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성향이었다면 그런 모습의 강아지라도 관심을 가지고 안아줬을 텐데 동물을 무서워하고 좋아하지 않는 나는 성가시기 시작했다. 자꾸 피해도 다가오자 발을 땅에 세게 내리며 쿵 소리와 함께 겁을 줬다. 저리 가! 가라고~! 오지 마! 나는 강아지 싫어해!  강아지는 더욱 불쌍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손을 휘휘 저으며 저리 가라고 해 봤다. 그럴수록 나에게 나 좀 도와줘요라는 표정으로 다가오려고 했다. 마침 바가지 하나에 물이 담겨있었다.  강아지가 있는 쪽으로 물을 뿌리듯이 위협을 주면 나에게 오지 않고 가려나 싶어 물을 뿌려보았다.  추운 날씨에 강아지는 스치듯이 뿌려진 물이 차가워 매우 놀라며 깨깨개개깽 소리를 내며 떠나갔다.



그런 꿈을 꾸고 일어난 날  오늘은 몸이 덜 피곤하고 한결 좋네라고 생각하던 하루였다.

손님들이 찾아왔고 일을 하면서 갑자기 다리 사이에게 물컹하고 차가운 것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한 하혈이 시작했고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머리가 핑하니 어지러웠다. 흘린 피를 양동이 같은 곳에 받아야 할 정도로 많았다. 급하게 바지를 갈아입고 산부인과로 향했고 의사 선생님은 임신 9주 태반박리, 자궁 감염이 생겼다고 했다. 태반은 떨어져 있었고 그로 인한 하혈이 심하게 일어났다고 했다. 항생제주사를 맞으며 몸과 태아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일을 내려놓고 나는 나와 아이를 위해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첫째 아이 육아와 일로 인해서 지쳤던 몸은 병원에서 겨우 회복을 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퇴원을 했고 나는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들을 보내 던 중

또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그때 꿈에서 본 강아지가 또 나타났다. 나는 여전히 왜 또 나타난 거 야~~하며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무리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를 봐도 나는 관심이 안 간다. 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계속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토닥이지만 이상하게 나는 강아지나 고양이에는 애정이 없다.  그런 나에게 그때 그 강아지가 또 나타났다. 나는 보자마자 싫었다. 막대기 같은 게 하나 보이자 땅에 탁탁탁!! 내리치며 근처에 오지도 말라고 소리를 쳤다. 오지 마! 절대 오지 마! 나 진짜 강아지 싫어하니까 오지 마!라고 했지만 강아지만 나만 쳐다보며 애절하게 낑낑거렸다.  나를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오지 말라고 하니 강아지 눈에서 눈물 같은 게 흘려내려 오는 게 보였다.  어머 재 왜 저런다니? 내가 키우던 개도 아니고 내가 키우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나한테 오고 싶어 하는 거야 하며 나는 가~~~~!!라고 크게 외쳤다.


그 주에 나는 심한 배뭉침을 느꼈고 뱃속의 아이는 뭉쳐진 자궁 안에서 목이 숙여진 채 웅크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힘들 거라고 말했다. 엄마의 배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 스트레스도 받지 말고 푹 쉬라고 했다.  밥만 먹어도 배가 뭉쳤고 다리가 뻐근했고 또다시 무언인가 쏟아질 것처럼 불안했다.  도로의 과속방지턱만 넘어가도 내 배는 뭉치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면서 아이가 내려와 버릴 거 같아서 무서웠다.


걷기도 힘들었던 나는 시댁의 제사가 불편했다. 집에서 밥만 먹어도 몸이 힘들어할 정도로 약해있었다.  시어머님께 음식을 준비하러 못 가겠다고 말했더니 쉬라는 말 대신 걸어서 15분 거리를 택시를 타고라도 오라고 했다. 평소에는 택시를 탈 까봐 벌벌 거리시면서 무조건 버스를 환승까지 해서 타라고 하시는 분이 나의 몸이 힘들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오라고 강요했다. 발 한 발자국 움직이기도 힘겨웠던 나는 겨우 옷을 입고 3층 시댁까지 올라갔다. 음식을 하고 있던 어머님과 동서는 어두운 표정이었다.  어머님께 동서가 기분이 안 좋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너 같으면 기분이 좋겠냐?라고 말했다.


나는 배가 심하게 뭉쳐버렸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배는 더 심하게 뭉치기 시작했다. 급하게 남편에게 몸이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했고 의사 선생님은 왜 쉬라는 말을 듣지 않고 자꾸 무리를 하냐고 물었다.  새롭게 하는 가게에 주인은 없고 물건은 재고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3살인 첫째는 엄마 안아주라며 매일 울었다. 신경 써야 할 것은 많았고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다시 병원에 입원을 했고 나는 나를 챙길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심한 하혈을 하고 싶지 않았고 뭉치는 배를 잡고 놀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 나를 챙겨가기 시작하자 몸은 조금씩 편안해졌고 뱃속의 아이는 젤리곰에서 하나씩 온전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의사는 손과 발이 생겼네요. 아 그리고 심장도 건강해요.  어디 보자 입도 이쁘게 잘 만들어졌네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되겠어요. 하며 매일 초음파를 봐주셨다. 그렇게 안정감을 찾아가던 날  나는 또 꿈을 꾸게 되었다.


2번이나 꿈에 나왔던 그 강아지가 저기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에도 내가 오지 말라고 할 까봐 조심스럽게 나만 쳐다보고 있다. 나는 느끼고 있었다. 내가 싫다는데 또 나에게 오고 싶어 하는구나  나는 멀리 있는 강아지에게 말했다. 오지 말라고 했어!  강아지는  숨어서 나를 애절하게 쳐다본다.  이렇게 말했으면 강아지여도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겠지 하며 나는 그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첫째 아이와 술래잡기를 하고 놀고 있던 중 강아지는 갑자기 내 뒤로 왔고 내 엉덩이 쪽 옷을 꽉 깨물었다. 아악!! 어찌나 강렬하게 내 엉덩이 쪽을 깨물었는지 깜짝 놀라서 잠이 깨버렸다.  



그리고 그다음 날 시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아야. 애가 이제 잘 붙어있을랑갑다. 어제 꿈을 꿨는데 애가 이제 붙는 꿈이더라.  그럼... 그동안 나왔던 강아지가 태몽이었을까? 내가 그토록 오지 말라고 해서 오지 못했던 아프고 침을 흘리던 강아지.. 그 강아지는 내 앞으로 오면 완강하게 거부하는 나 때문에 내 뒤로 왔다. 그리고 나에게 깨물듯이 뒤로 안겼다.


강아지를 좋아하지도 않던 나는 3번의 강아지 꿈을 꾸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입이 아파서 태어난 딸을 보며 그 꿈들이 어쩌면 예지몽처럼 미리 알려준 이야기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꿈속에서 그 강아지의 눈빛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강아지가 내 딸로 나타난 거였구나. 그토록 나에게 오고 싶었는데... 윤기가 하나도 없고 연약하고 아파 보였던 누구도 사랑스럽게 보지 않을 거 같은 모습의 강아지..  내가 자꾸 저리 가라고 하자 강아지는 슬픈 눈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다시 찾아왔고 또  쫓김을 당했다.. 결국 나에게 애절한 마음으로 안겼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었지만 강아지는 간절히 나에게 오기를 원했다.


아이를 키우며 그 꿈들이 가끔 생각이 났다. 그때 안아줄걸 한번 더 쓰다듬어줄 걸 일루 와 봐하며 맛있는 거라도 줄 걸.. 그저 꿈이지만 미안함이 많이 남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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