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리영 Nov 10. 2023

당신의 억측 환불합니다.

상실이 남긴 이야기 : 무례

 상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

 나 스스로도 상대에 대해서 이유와 근거 없이 짐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이가 나의 상황을 억측하는 것


또한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매우 상당히 그러니까 과하게 억측을 싫어한다.


 나 스스로에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과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숨어버린다. 내가 아는 이들에게 나의 어려운 상황을 전하기 싫어서?

아님 자존심이 상하다든지 내 처지가 괴로워서?

도 있겠지만 나의 서글픈 감정을 상대에게 전한다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대의 행복한 나날을 마음 편히 지내라고 하고 싶은 나의 불필요한 배려라고 해야 할까?


웬만한 일에는 웃어넘겨버린다.

뭐 어떻게 되겠지 뭐.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그렇게 넘기지 못할 일이

아주 깊은 수렁텅이처럼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존재를

잠시 마음이 그리고 상황이 안정이 될 때까지 숨어버린다. 그리고 드러내지 않는다.  

내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내 표정을 남에게 보이는 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서

혼자서 버텨낸다.

그래서 아무리 친한 지인이라도

내가 극심하게 괴로워하는걸 자주 보지 못했다. 


 남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정도의 고통이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힘이 생기면 다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웃는다.

 모두들 그 웃음이 그리고 그 평안감이 어디서 나오냐고 하지만 나는 웃어야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가볍게 넘기거나 사뿐히 담고 있어야

나 스스로가 버겁지 않았다.

나를 위해서 갖게 된 고난에 대한

감정조절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잘 웃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긍정적인 성향이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칭찬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이 익숙했고 편했기 때문이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괜찮으면 괜찮다고 말한다.

정말 아니다 싶으면 아 좀 힘들다고 말한다.

 버틸 수 있는 만큼의 버팀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 때문에 이골이 날 만큼

훈련되어 익숙해져 있다.

나 스스로 상황 그때의 나의 감정과 표정을

상대가 신경 쓰고 마음 쓰게 하는 게 싫어서

조절해 나가려고 했다.  

이 정도까지는 아직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버티고 있는 나의 상황과 마음을  

억측하는 게 가장 싫었다.


내가 버티고 있는 삶에

나도 모르는 소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


 나는 딱 이만큼이 힘들다고 했는데

 거짓말하고 있는 거라고 판단하는 사람.


내가 가진 것은 이 것뿐이라고 했는데

 감추고 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


 최선을 다해 무엇을 줘도

내가 가진 것 중

제일 시원찮은 것을 줬다고 하는 사람.


자신의 감정을 나의 감정이라고

덮어 씌우는 사람.


 자신의 거짓말을 내가 한 것처럼

만들어 이야기하는 사람.  


그저 정말 분주해서 정신이 없는 건데

자기를 싫어해서 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억측이 가져온 감정은 불쾌와 분노였다.


가만히 웃고만 있었을 뿐인데

그게 만만하게 느껴진 것인지.

그저 내가 괜찮아질 거야. 아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주겠지 하며 내뱉는 상대의 무례한 말들

나는 억측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져가기에는 불편하고

담아두고 싶지 않은 무례함 들이었다.




괜찮아. 그 정도 일에는 난 웃어넘겨

그리고 잘 티 내지 않으려고 해.라는

 나의 말이 문제였다.


나는 분명 복잡하고 힘든 상황이었고

그저 무표정?으로 걸어갔을 뿐이다.

상대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까 無 의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억측의 말 창살을 훅 쑤셨다.

 그래도 난 좋게 풀고 싶었다.

그런데 여러 번 더 쑤셔댔다.


무슨 근거로 억측을 하고 나의 감정을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일까? 아픈 손가락이라서 신경 쓰인다더니 전혀 와닿지 않는다. 말 주변이 없다고 하는데 말의 예의가 없는 거였다.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지내는 게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는 걸 깨닫는 다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티 내지 않는다며 힘들어도 웃는다며 아니던데?


비아냥인 건지 위로인지 화해인지 헷갈린다.

그러나 확실한 건 너의 말이

나의 감정에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나는 뒤끝이 길어서 어쩌면 괜찮아라고 넘기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선이 넘어버린 그것도 여러 번 넘어버린 일에는 아주 오래 [뒤   끝 ]이 진하고 강렬하게 남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뒤 끝으로 남기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상대의 억측에 "당신 나의 상황에 불쾌하게도 선을 넘었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관심인척하는 간섭  

°

 배려인척 하는 값싼 동정

°

친분을 가장한 무례함

°

나의 불행으로 다져진 너의  다행

°

 자기 일도 잘 못하면서 내뱉는 조언이라는 잔소리

°

기억도 못하면서 만들어낸 조작된 이야기들


억측이 만들어 낸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들을

 내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억울했다.

이유 없이 짐작하는 무례함은 습관인 것일까? 타고난 것일 까?

 관계를 위해서 내가 감당해야 할 가치는 아니었다. 나는 그것들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당신과의 관계 환불요청합니다.




사진출처는 모두 픽사베이

사진출처는 픽사베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안 아플 거라고 장담하지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