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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Jan 31. 2024

뭔가 냄새가 나는 날?

어쩌면 모두 다 같이 느끼는 구린 냄새

 병원에 들러 검진을 하다 아침도 ,전날 저녁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달았다.  병원 내 매점에 가니 생과일주스를 판매한다고 적혀 있어 초록키위 주스를 주문했다.  골드키위에는 간혹 알레르기를 보일 때가 있어 매점주인아줌마께


"이거 초록키위인 거죠? 골드키위는 아닌 거죠?"


 라고 묻게 되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둘 중 하나였다.

초록인지, 골드인지

힘이 없어 기운이 빠진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게 되었는데 들려오는 대답은 우악스러운 말이었다.


"내가 지금 비싼 골드키위 갈아주게 생겼어요?!

그거 팔아서는 나 먹고살지도 못해. 남는 것도 없다고 초록키위니까 그냥 먹어요! 뭔 골드키위 같은 소리 하고 있어~ 뭐 나는 땅 파서 장사하는지 아나~ 얼마나 남는다고 골드키위냐고 물어 골드키위냐고~!!!"


아줌마의 황당한 대답에 머리에 띵하니 황당함이 내려앉았다.  내가 의도를 오해하게 물어보았나?

내가 실수한 것인가? 기분을 상하게 질문한 것인가? 나의 말을 되짚어 보았다.


대꾸를 하자니 더 오해가 생길 거 같아 입을 다물어 버렸다. 무슨 말을 그렇게 앞서가서 하시냐고 묻고 싶었지만 우선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이미 혼자 만든 오해에 나까지 욱하고 싶지 않았다.


얼굴이 붉어지고 우글거리는 마음에 키위주스를 한 모금 쭉 마시니 괜히 더 속상해진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왜?


사실 마음이 아파 몸이 아팠던 시기였다. 어떤 상대의 황당한 억측에 억울함이 들어 끙끙 앓다 내 몸이 상한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나 병원에 가본 날이었다.


왜 이렇게 억울해야 해? 난 뭘 잘못해서 불편한 거지?  관계 속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원인을 못 찾고 힘든 거지?라는

수많은????? 물음표의 답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간절히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얻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문제는 뒤끝이 길다는 것이다. 답을 찾을 때까지 신경을 쓴다.)


불쾌하고도 당황한 키위주스를 마시던 순간

나를 힘들게 한 상대가 키위주스를 갈아주던 아줌마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억측이 만든 오해, 혼자서 앞서가며 만들어 낸 억지오류, 그저 자신의 타고난 성향이 만들어낸 불쾌한 대화의 결에 내가 스쳐가다 긁힌 것이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사람에 대해서 미리 편견을 갖기보다 지내면서도 좋은 면으로 불편한 부분을 덮어가며 이해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문제 인가 싶었다.


매번 미리 조심하고 신경 쓰고 배려한다고 해도 이유 없이 긁힐 때가 생겼다. 모두와 잘 지내고 싶었던 나는 그때마다 속상함에 오래 마음이 앓았고 몸이 아팠다.


온갖 유튜브와 인간관계 심리학의 책을 보니 거리 두기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냥 그런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하며 지나치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마음의 모습과 그 마음이 만든 틀에서 나오는 말이 때로는 엇갈린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해하기엔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내뱉는 , 무례한 행동

상대의 독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성향이 가진 결에 나만 힘든 건 아닐 거라는 위로를 해보았다. 여러 사람이 느끼는 건 비슷할 거라고 그렇게 자신이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가까이하지 않으면 된다. 다시는 키위주스를 그곳에서 안 먹으면 되는 것이고, 억측의 상대와는 거리를 둔 채 다시 오해받을 겨를을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 모든 불쾌함이 나에게 담기지 않도록 그저 길을 지나가는 무의미한 한 사람처럼 대하면 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그런 사람은 드문드문 여기저기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새로울 때가 있지만 왠지 풍기는 향은 참으로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구리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모두가 이런 상황에 하는 말이 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


나는 그렇게 똥 피하는 법을 한 번 더 배우는

어른이 되어간다.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mbc무한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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