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길에서 주워듣는 이야기

by 가리영

오늘은 아이와 함께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다.

서로 오고 가며 아는 정도의 아줌마 아니 할머니들이 세 분이 모이셨다.


" 올해 꽃게 사봤어? 겁나 실하더구먼 막 살이 꽉 차가꼬 겁나 맛있어블던디~ 먹어봤으?"

"그려? 나 아직 안 샀는디 말 들응게 오늘 가서 사와야쓰것구만

우리집 영감탱시는 꽃게말고 서대를 좋아해브러

아주 서대만 주면 밥을 겁나 잘 먹어븐당 게 서대도 영감탱시주게 사와야겠구만"


오늘 꽂혀 들었던 던말은 영감탱시다. 어쩌다 영감님은 탱시가 되었을까?

탱시의 의미는 무엇일까?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어버렸다.

하마터면 몰래 듣는 걸 들킨 뻔했다.


그러다 아내들이 부르는 남편의 호칭이 궁금해졌다.

나는 남편에게 여보라고 부른다. 때로는 큰 아이의 이름을 넣어서 00 아빠라고 부른다.

처음엔 호칭을 오빠라고 했는데 서로 존중하는 느낌이 없다는 어른들의 조언에 여보라고 바꿔보았다.


여보라고 말하기로 우격다짐을 하고 호칭에서 오는 존중감이 우리를 더욱 다정하게 만들어줄거란 기대감으로 마음에는 없는 다정함을 담아 여보~라고 해보았다.


사실 오글거렸고 간질거리다 못해 근질거렸다.

닭살이 돋다 보니 이거 정말 해야 하나 싶었다.

호칭 덕분인지는 몰라도 전보다 덜 싸웠고 좀 더 존중하고 이해하는 부부가 되었다.


여보 : 같을 여 보배 보
그래서 보배와 같이 소중한 사람

여보라고 불렀지만 뜻도 모르고 불렀다.


보배 같인 소중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서로를 알게 모르게 존중하게 만들었나 보다.


가끔 싸우다 보면 야! 니가! 그니까 니가!! 라고 말한다. 남편은 욕은 아닌데 욕을 듣는 기분이라고 삼가말하라고 한다.니가가 무슨 욕이냐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해본다.


당신이라는 말 있잖아 당신! 당신이 그랬자나 당신이 그러니까 라고 말해보라고 한다.


그 상황에는 니가가 딱인데 말이다.


여보의 뜻 아래에 당신의 뜻도 함께 있어 적어본다.


당신 : 당연히 자신의 몸처럼 사랑해야할 사람


하.. 당신이라고 하다보면 싸우다가도 의미 때문에 사랑하게 되겠구나 싶어 진다.




영감탱시는 영감탱이였다.

할머니는 탱이를 탱시라고 했을 뿐...


영감탱이의 뜻은 나이 든 남편이나 늙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허허허 허.. 부르는 호칭마다 높고 낮음과 존중과 무시가 들어있다니


오늘의 나의 여보가 언젠가 나에게도 영감이 되고 늙어서 지긋지긋하게 삼시세끼 밥 차려

둘이 앉아 먹다 보면 영감탱시가 되겠구나 싶어진다.


우리집 영감탱시는 뭘 좋아하나 고민해보는 시간이다. 알아서 잘 먹어서 걱정없는 영감탱시구나 싶으면서 아직은 여보인 시절에 잘 챙겨먹여봐야겠다 싶어진다.


어이 여보 당신 영감탱시~~!!

이제 일어나~~10시가 다 되었다고 장보러 가자!!




ps. 내가 알던 언니는 외국인 남자랑 결혼을 했는데 남편을 이렇게 부른다.







저 인간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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