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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Oct 02. 2024

목소리 미남 남편과 사는 여자

목소리가 상위 1%인 남자

남편을 처음 만나고 놀란 건 외모였다.


분명 전날 저녁 통화에서 목소리에 우선 놀라긴 했다만(목소리 설명은 추후 다시 구체적으로 쓰겠습니다.)


자신을 소개하기를 90kg가 넘는 뚱뚱한 몸에 곰처럼 생기고 살을 빼보려고 하나 잘 빠지지 않아 문제라고 말하며 그런 본인이지만 만나보겠냐고 물었다.


뭐 3개월 전쯤 한 이모님이 자신의 지인을 한 번만 만나주라며 졸라대는 소개팅으로 그런 남자를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어서 아 ~ 예 뭐~라고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두운 조명에 살포시 얼굴이 비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에서 처음 만났다.  아니다. 우선 나를 데리러 회사 앞으로 왔으니 차에서 만났지만 차 안에서 앞을 보고 앉았기에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있다 마주 보고 앉으니 남편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정 씨..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앞에 앉아 있는 남자는 김. 주. 혁이었다. 


 저기... 김... 주... 혁... 씨?


아니 배우가 왜 내 소개팅에 나온 거야?라고 물어보려다가 참았다.

본인의 이름을 설명하는 걸 들어보니 아니다. 정 씨였다.


아무리 봐도 김주혁인데 조금 후덕한 정도의 김주혁이다.


눈을 감았다 다시 떠봐도 김주혁??


혹시나 싶어서 닮았다는 말 많이 듣냐고 물어보니 그런 말을 좀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곰 같은 남자가 아닌 배우 같은 얼굴의 남자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함께 나눈 주제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고 지루했으며 따분했지만 또한 내가 김주혁이라는 배우를 좋아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배우상 남자를 만나 눈 호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 가만 어제저녁에 통화 때부터 느낀 거긴 한데 목소리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발음과 분위기가 있는 목소리

듣기에 달달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성시경처럼 잘 자요~라고 할 때 아흑~ 뭐야 싶으면서 오글거리지 않는 적당한 듣기 좋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아니 목소리에도 미모의 기준이 있다며 목소리 미남이라고 해야겠다 싶었다.


2개월 전쯤에는 한 번만 내 아들 좀 만나줘~라고 3년을 구애하신 권사님의 아들을 너무나 간곡하게 부탁하셔서 소개팅을 해서 만난 적이 있었다.

(참고로 그 당시 내 나이는 25살 여기저기서 소개팅을 해보라는 말이 많을 나이였다.)


권사님의 아들은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얗고 마음씨도 좋고 스타일도 참 좋은데 이상하게 나만 만나면 말을 자꾸 더듬었다.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썸조차도 타지 않고 거리를 두고 지냈다.


오늘 들으니 이 남자 참 목소리도 좋고 딕션 그러니까 귀에 들리는 소리의 청각적 촉감이 참 좋다.  만나서 반가웠다고 말하며 집에 데려다주는 모습도 좀 나이스하다.  


소개팅으로 첫 만남 후 느낀 점이었다.


외모와 목소리에 반했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나는 이상형을 외모로 따지지 않는 편이라 홀딱 넘어가거나 어머 만나야겠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고 넘어가버린 게 있다면 바로 책 한 권에 써온 맨 앞 편지였다.


드디어 이렇게 만나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샬롬!
(제가 좀 글을 못 써서 쓸까 말까 고민 많이...)

책을 좋아하고 손 편지를 애정하는 나로서는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마음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반할 수밖에 없는 내가 좋아하는 플러팅이었다.


잠깐. 오늘 처음 만났는데 왜 날 드디어 만났다고 하는 거지? 궁금해졌다.  


그러니까 알고 보니

남편은 그날 소개팅이 있기 6개월 전부터 나를 소개해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엄마는 전화가 와서

자꾸 누가 너를 소개해 주라는 데 소개팅할래?라고 물었고 나는 


그 사람은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데?

그걸 알고 만나고 싶어라고 말하니

엄마는 주선자에게 다시 물어보았고

전해진 대답은 이랬다.


응 연예인처럼 이쁜 여자란다.


그 말에 정나미가 확 떨어졌다.


아니 뭔 그런 이상형이 있어?

됐다고 그래 ~난 그런 남자 딱 싫어!


그렇게 한 번 더 다른 사람인척 남편과의 소개팅 주선이 있었고 다른 사람인지 알고 어떤 성향의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어~ 이쁜 여자란다. 무조건 이쁜 여자.


같은 사람인지 모르고 뭔가 어디서 본 데자뷔 같으면서 또 기분이 확 나빠 단 칼에 거절했었다.


난 그런 가치관의 사람은 정말 딱 싫어!!

앞으로 외모로 여자를 찾는 사람은 싫으니까 ~

절대 나한테 말하지 마!


그러다 이직을 하게 되었고 크리스마스쯤 또 누군가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며 소개팅 주선이 들어왔다. 바쁜 연말이라서 상대에게 사람의 이상형을 물어보지 못하고 만남을 시작했고 알고 보니 이쁜 여자만 좋아한다는 남자였다.


지금의 남편....


그렇게 첫 만남 소개팅을 마치고 어느 순간 보니

이 남자 친정 우리 집 거실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사랑스러움이 묻어날 뻔한 핑크색 니트를 입고 사과를 깎고 앉아 있었다. 나에게 말하지도 묻지도 않은 결혼날짜를 엄마 아빠와 상의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6월이 어떻겠냐면서 이 사람의 이상형은 이쁜 여자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는 나는 어느 순간 여수에 비행기까지 타고 가서 남편의 아버님 어머님과 남편의 오랜 지인과 회사 선배들에게까지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웨딩사진을 찍으려던 2

비로소 정신없이 남편의 계획에 내가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잠깐!!

그러니까 잠깐!!

나 생각할 틈을 줘요.



그렇게 2주간의 생각이 많아진 아니 잠이 오지 않는 고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 결혼 진짜 해야 되는 거 맞아?!!!]





목소리 좋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듣다 듣다

글로 마음을 풀어보자며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그리고 브런치북까지 만들어버렸네요.

다음 이야기에 더 적어볼게요.  




아이 라이크 남편, 리얼리?


30일 동안 하루 한번 나는 당신을 좋아해라는 말을 남편에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말이 뇌를 속인다니 속임수에 빠진 뇌가  어떻게 13년 차 부부의 일상을 바꾸는지 적어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첫 만남이 떠올라 글을 적게 되었네요.

일단 떠오르는 지난 시간의 이야기와 변해가는 현재와 바뀌어갈 것 같은 미래를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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