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전날 저녁 통화에서 목소리에 우선 놀라긴 했다만(목소리 설명은 추후 다시 구체적으로 쓰겠습니다.)
자신을 소개하기를 90kg가 넘는 뚱뚱한 몸에 곰처럼 생기고 살을 빼보려고 하나 잘 빠지지 않아 문제라고 말하며 그런 본인이지만 만나보겠냐고 물었다.
뭐 3개월 전쯤 한 이모님이 자신의 지인을 한 번만 만나주라며졸라대는 소개팅으로 그런 남자를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어서 아 ~ 예 뭐~라고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두운 조명에 살포시 얼굴이 비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에서 처음 만났다. 아니다. 우선 나를 데리러 회사 앞으로 왔으니 차에서 만났지만 차 안에서 앞을 보고 앉았기에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있다 마주 보고 앉으니 남편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정 씨..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앞에 앉아 있는 남자는 김. 주. 혁이었다.
저기... 김... 주... 혁... 씨?
아니 배우가 왜 내 소개팅에 나온 거야?라고 물어보려다가 참았다.
본인의 이름을 설명하는 걸 들어보니 아니다. 정 씨였다.
아무리 봐도 김주혁인데 조금 후덕한 정도의 김주혁이다.
눈을 감았다 다시 떠봐도 김주혁??
혹시나 싶어서 닮았다는 말 많이 듣냐고 물어보니 그런 말을 좀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곰 같은 남자가 아닌 배우 같은 얼굴의 남자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함께 나눈 주제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고 지루했으며 따분했지만 또한 내가 김주혁이라는 배우를 좋아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배우상 남자를 만나 눈 호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 가만 어제저녁에 통화 때부터 느낀 거긴 한데 목소리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발음과 분위기가 있는 목소리
듣기에 달달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성시경처럼 잘 자요~라고 할 때 아흑~ 뭐야 싶으면서 오글거리지 않는 적당한 듣기 좋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아니 목소리에도 미모의 기준이 있다며 목소리 미남이라고 해야겠다 싶었다.
2개월 전쯤에는 한 번만 내 아들 좀 만나줘~라고 3년을 구애하신 권사님의 아들을 너무나 간곡하게 부탁하셔서 소개팅을 해서 만난 적이 있었다.
(참고로 그 당시 내 나이는 25살 여기저기서 소개팅을 해보라는 말이 많을 나이였다.)
권사님의 아들은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얗고 마음씨도 좋고 스타일도 참 좋은데 이상하게 나만 만나면 말을 자꾸 더듬었다.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썸조차도 타지 않고 거리를 두고 지냈다.
오늘 들으니 이 남자 참 목소리도 좋고 딕션 그러니까 귀에 들리는 소리의 청각적 촉감이 참 좋다. 만나서 반가웠다고 말하며 집에 데려다주는 모습도 좀 나이스하다.
소개팅으로 첫 만남 후 느낀 점이었다.
외모와 목소리에 반했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나는 이상형을 외모로 따지지 않는 편이라 홀딱 넘어가거나 어머 만나야겠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훅 하고 넘어가버린 게 있다면 바로 책 한 권에 써온 맨 앞 손편지였다.
드디어 이렇게 만나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샬롬! (제가 좀 글을 못 써서 쓸까 말까 고민 많이...)
책을 좋아하고 손 편지를 애정하는 나로서는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마음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반할 수밖에 없는 내가 좋아하는 플러팅이었다.
잠깐. 오늘 처음 만났는데 왜 날 드디어 만났다고 하는 거지? 궁금해졌다.
그러니까 알고 보니
남편은 그날 소개팅이 있기 6개월 전부터 나를 소개해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엄마는 전화가 와서
자꾸 누가 너를 소개해 주라는 데 소개팅할래?라고 물었고 나는
그 사람은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데?
그걸 알고 만나고 싶어라고 말하니
엄마는 주선자에게 다시 물어보았고
전해진 대답은 이랬다.
응 연예인처럼 이쁜 여자란다.
그 말에 정나미가 확 떨어졌다.
아니 뭔 그런 이상형이 있어?
됐다고 그래 ~난 그런 남자 딱 싫어!
그렇게 한 번 더 다른 사람인척 남편과의 소개팅 주선이 있었고 다른 사람인지 알고 어떤 성향의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어~ 이쁜여자란다. 무조건 이쁜여자.
같은 사람인지 모르고 뭔가 어디서 본 데자뷔 같으면서 또 기분이 확 나빠 단 칼에 거절했었다.
난 그런 가치관의 사람은 정말 딱 싫어!!
앞으로 외모로 여자를 찾는 사람은 싫으니까 ~
절대 나한테 말하지 마!
그러다 이직을 하게 되었고 크리스마스쯤 또 누군가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며 소개팅 주선이 들어왔다. 바쁜 연말이라서 상대에게 그 사람의 이상형을 물어보지 못하고 만남을 시작했고 알고 보니 이쁜여자만 좋아한다는 그 남자였다.
지금의 남편....
그렇게 첫 만남 소개팅을 마치고 어느 순간 보니
이 남자 친정 우리 집 거실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사랑스러움이 묻어날 뻔한 핑크색 니트를 입고 사과를 깎고 앉아 있었다. 나에게 말하지도 묻지도 않은 결혼날짜를 엄마아빠와 상의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6월이 어떻겠냐면서 이 사람의 이상형은 이쁜 여자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는 나는 어느 순간 여수에 비행기까지 타고 가서 남편의 아버님 어머님과 남편의 오랜 지인과 회사 선배들에게까지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웨딩사진을 찍으려던 2주 전에
비로소 정신없이 남편의 계획에 내가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잠깐!!
그러니까 잠깐!!
나 생각할 틈을 줘요.
그렇게 2주간의 생각이 많아진 아니 잠이 오지 않는 고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 결혼 진짜 해야 되는 거 맞아?!!!]
목소리 좋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듣다 듣다
글로 마음을 풀어보자며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그리고 브런치북까지 만들어버렸네요.
다음 이야기에 더 적어볼게요.
아이 라이크 남편, 리얼리?
30일 동안 하루 한번 나는 당신을 좋아해라는 말을 남편에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말이 뇌를 속인다니 속임수에 빠진 뇌가 어떻게 13년 차 부부의 일상을 바꾸는지 적어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첫 만남이 떠올라 글을 적게 되었네요.
일단 떠오르는 지난 시간의 이야기와 변해가는 현재와 바뀌어갈 것 같은 미래를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