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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Nov 17. 2023

꽃길이 정답이 아니다.

진정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

2028년 11월 17일

오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10년 전 다들 꽃길 타령이었다.  인생에 꽃길만을 걷고 싶어 하며 다들 재테크에 열심일 때 나는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 한 권을 들었다. 당장 돈이 나오는 것도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 책 한 권에서 나는 누구도 해줄 수 없었던 위로를 받았다.  글 속에 문장에서 내 삶이 돌무작위 길이어서 발이 걸려 넘어질 때 나는 불편한 감정의 돌 들을 하나씩 들어서 갓 길에 던져놓았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갈리고 갈려서 고운 흙이 될 때까지 나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게 서러운 눈물인지, 괴로움의 눈물인지 정확히 구분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주르륵 흘러나오는 눈물이었지만 분명 단단한 돌들이 으깨져야 하기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가시덤불길에서는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딱지 앉아 내린 마음에는 굳은살이 생겼다. 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비 한점 안 내리는 삭막하고 메마른 대기는 숨쉬기도 힘들었다. 먹고 살기에도 빠듯할 정도로 나는 궁핍했고 여유가 없었다.


 모두들 꽃길을 달리기에 바쁘며 온갖 sns에 자신의 꽃을 과시하기에 바쁠 때 나는 하루의 시간 동안 참아내야 하는 지게를 짊어지고 돌을 날랐다. 무수히 나르고 또 날라도 어디서 돌이 자꾸 생기는지 가시덤불은 어찌나 잘 자라는지 하늘 한번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더 강한 손과 시간을 이겨내는 인내의 힘이 생겼다.


 그렇게 5년이 지났고 조금의 숨 돌릴 여유가 생기던 2023년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제의라도 들어오면 해보겠다는 도전의 마음이 가시덤불을 태우기 시작한다는 것을 그때쯤 알았다.  아무리 걷어내려고 몸부림을 쳐도 안 되는 것들이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더 무성해지던 날카롭게 나를 움츠리게 하던 엉겅퀴 같은 삶이


해보지 뭐!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내가 해볼 거야!


라고 마음을 먹으며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난 열정이라는 작은 불이 점점 타올라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시덤불이 불에 타내려 가자 땅에 거름이 되기 시작했다.


 돌들은 어떻게 사라졌는지 묻는다면 그간 흘린 눈물들이 어느 날 흐르지 않더니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감사해 보지 뭐!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작은 것부터 감사하기 시작했다.


오늘 숨을 쉴 수 있는 것 감사, 잠을 자고 일어나 하루의 해를 볼 수 있는 것 감사, 적은 반찬이라도 먹고 소화할 수 있어 힘을 내서 감사, 내 아이의 웃음을 볼 수 있어서 감사


감사라는 마음을 키워가자 돌들이 스스로 굴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특히 어깨 위에 있던 통증을 극심하게 만들던 돌이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나는 의자에 편하게 앉을 수 있었고 한결 가벼워진 어깨로 자판기에 타자를 두들기며 글을 쓸 수 있었다.  돌들은 내가 감사하지 못하고 못마땅한 마음을 가지면 다시 굴러오려고 했다. 나는 이미 방법을 터득한 터라 바로 감사로 강한 바람을 불어 밀어 버렸다.  


 내가 가는 땅이 윤기가 나기 시작했다. 가시덤불과 돌만 없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들은 참 보기 좋다며 길마다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씨앗을 나눠주기도 했다. 때론 어떻게 이렇게 좋아졌냐고 물어보면 나는 내가 살아온 삶에서 가진 비법을 나눠주었다.  뿌려진 씨앗들의 뿌리는 점점 넓고 길게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떤 변화도 없어서 아직은 그저 길만 있는 척박한 땅인가 보다 했다. 어느 날 작은 싹이 올라왔고 나는 행복을 느꼈다. 그곳에서 나의 행복을 노래했다.  

아주 오랜 시간 걸려 피어난 작은 싹이 나에게 희망을 주노라고~


내가 부른 노래에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이 이제 500만 명이 되었다. 작은 광역시의 수가 모여  [가리영과 함께 하는 작은 씨앗의 노래 ]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자신들의 땅에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돌이 갓길로 굴러가게 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바뀌자 가정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가정이 변하자 학교가 바뀌었다. 자살이나 우울의 이야기가 줄어들었다. 그토록 문제였던 마약과 중독의 뉴스도 이제는 듣기 어렵다.


 내가 시작한 길이 처음부터 꽃길이었다면 나는 꽃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저 누군가가 피어낸 꽃을 아무 생각 없이 꺾어  화병에 담아 시들기까지의 아름다움만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이의 아픔에는 관심도 없이 그저 나의 주름 그리고 노화방지에만 관심을 가진 40대 중반의 아줌마이지 않았을까?  지금은 다른 이의 가시덤불을 함께 태워주고 그의 마음에 열정이 생기기를 불어준다. 돌무더기에 갇힌 사람의 돌을 함께 들어준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보육원의 아이들이나 장애인 그리고 사회취약계층에 나는 작은 씨앗의 노래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가지고 찾아간다. 그들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기대하면서 에코백 안에 가득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그려낸 그림책이 담겨있다. 하나씩 나누며 그들이 읽을 때마다 그 마음에 희망이 품어져 나오길 기도한다.


 그리고 그들의 길에도 스스로 꽃이 피어나는 시간이 있기를..... 환한 미소와 따뜻한 손으로 안아주며 응원한다.

사진출처는 픽사베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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