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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Nov 15. 2023

엄마 섬 마을에 갔다 올게~

거문도 1박 2일 푸른 바다와 하늘

거문도에서 강의 요청이 왔어요.  
우선 하루 배가 한편 있고요.
1박을 하고 오셔야 합니다.
 강의는 저녁 시간이고요.
1박 2일이 가능하셔야 되고
가는 길에 배 멀미가 있을 수 있어요.


교육컨설턴트님의 말씀, 거문도에서는 강의를 듣고 싶어 한다고 하셨다.


배를 타고 얼마나 가야 하죠?

2시간  반에서 3시간은 타야 해요~

아.... 다들 말이 없으셨다...

강사님들의 지원이 없으면 강의는 취소됩니다.


내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거문도에 강의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배를 타본 지도 고등학교 제주도 수학여행 이후 없는지라 배를 타고 내가 멀미를 했는지 안 했는지가 가물가물하다.


손을 들고 제가 가보도록 할게요.라고 말했다.

다들 놀라는 표정이다. 정말 갈 거냐? 괜찮겠냐? 자고 와야 하는데 뱃멀미는 괜찮겠냐? 는 물음에

날씨만 도와준다면 가볼게요~라고 답했다.


여수시에서도 가장 먼 섬. 거문도. 날씨만 도와준다면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제주도 가는 5시간 여정의 수학여행 배에서 얼굴이 노래지도록 친구들과 멀미를 했던 기억이 있지만  2시간 반은 괜찮지 않을까?라는 도전감이 들었다.


새로운 경험과 공간에 대해서 도전이 생기기 시작한 건 아줌마가 되고 나서 더 심해졌다. 육아로 체력이 안되고 제약이 많아 집이라는 틀에 나의 일상이  갇혀있었다. 집을 한번 벗어나보자 나도 남편처럼 출장 간다고 하고 걱정 없이 떠나보자. 아이들도 이제 컸겠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나도 일하러 간다고 하면서 당당하게 말이다.


그렇게 2달 전 거문도 일정에 대해 가보겠다고 이야기를 나눠놨고 2주간의 캐나다여행도 다녀오고 나니 겁이 날게 없었다. 장거리 비행기도 탔는데 배라고 못 탈게 뭐 있나 하는 용감함. 올해 여름 거문도에 선교를 다녀온 교인들과 목사님들의 후기를 들으니 태풍 다음날이라 가는 내내 뱃멀미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날씨만 좋다면  잘 다녀올 수 있으리라.


출발 당일 나는 멀미약을 미리 샀다. 하나에 500원. 2개 주세요. 난 왕복으로 오고 가야 하니까. 멀미약 가격도 싼데 내 속을 달래준다면 감사지 하는 마음으로 검은 봉지에 비장하게 두 개를 담아 가방에 넣었다.  


주말 내내 강풍이 분지 2주째다 평일이 되면 다시 바람이 잔잔해진다 이번주말도 강풍이 불었다.. 화요일 아침이 되자 기온도 따뜻해지고 바람이 잔잔해졌다 우선 날씨는 참 적당히 좋다.


여수 연안여객터미널로 캐리어와 강의자료를 가득 담고  출발했다.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자 눈치껏 봐보자. 다들  짐을 먼저 줄을 세우기 시작한다. 내 짐도 한 줄로 세워본다. 1번 거문도 맞겠지? 티켓을 하려고 기다리니 점심시간이 지나고 창구를 열었다. 여수시민이라서 50프로 할인을 해준다. 섬주민은 1000원이라고 한다.


다음날 나오는 배편을 보니 내가  나오려고 하는 날부터 오후 2시 40분이나 오전 11시 50분 배라고 한다. 동계시간표가 바뀐 모양이다. 하계에는 오전 8시에 배를 승선할 수 있어서 오전 중으로 여수에 나올 수 있었지만 거문도를 더 편하게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해본다.


 배편 시간표가 자주 바뀌니 수시로 잘 확인해야 한다. 하루 한 편뿐이라 놓치면..... 하루 더 묶어야 한다.  이제 막 만난 연인이라면 설레는 시간이겠지만 드라마처럼... 나는 아줌마라서 하루만 자고 나가야 한다.


출발 시간은 1시 50분. 12시 50분부터 다들 줄을 서기 시작했다. 1시 20분 출발 30분 전이 되자 탑승을 시작한다. 좌석이 있어서 정해진 좌석에 앉으며 된다고 한다. 기다리고 서있던 분들의 좌절과 원망의 말이 들려온다.


"언제부터 그랬다고~ 안 하던 짓을 하고 난리당가~ 뭔 좌석이여브러~~
 그냥 앉아갔자네~~ 오메~ "

내 자리는 60번 창가이다. 하지만 이미 창가는 파도얼룩에 그렇게 훤한 광경과 경치를 보기에 부족해 보인다.  멀미약을 한 시간 전 고민을 하다 벌컥 들이마셨다. 배가 울렁울렁 움직이자 살짝 어지럽다. 한 모금 남겨두었던 것 마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 마셔버렸다.

꺼억 트림까지 나온다.


조금 가자 잠이 오기 시작한다. 잠이 오는 게 약기운이라고 하더니 몸이 늘어지기 시작한다. 한 시간 반쯤 잠을 자다 일어나... 구글 지도로 보니 절반 정도 왔다고 한다. 내 옆자리는 경상도 말투의 이모님들이 단체로오셨다.


맞나~ 우리 여수거문도 간 다 아이가
저번 흑산도는 다 토하고 난리였다이
거문도 날씨 좋데이
아가씨는 뭐 하러 거문도 가나~


아 저는 학교에 일이 있어서 왔어요라고 이야기해 둔다. 단체로 경주에서 산악회모임으로 오셨다고 했다 [거문도 둘레길 걷기]


배는 2시간 30분 뱃길 따라왔고 중간중간 나로도 송죽도 초도 등의 섬에 하선을 했다.

거문도에 다 와서 배를 주차할 때 선장님이 배주차?를 3번 정도 시도하셨다 후진 전진 후진 전진 몇 번 끝에 겨우 내릴 수 있었다.


배 선장님이 뱃길에 적응할만하면 새로 오시고

이번 바뀐 선장님이 하선을 어려워하는 거 같다는 이야기였다. 다 와서 배주차에서 25분 시간이 쓰이게 되었다. 이게 좀 힘들었음.


거문도에 도착해 강의를 하고 (소통의 시간은 강사로서도 즐겁고 재미있다. 서로 웃으며 아이들과의 관계 생활 하루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처음 만났지만 금세 친해지고 편해진다. 강의만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거문도 아이들의 생활을 곁들어 들어본다.


한 반에 5명 정도 초등학교는 새로 지어 학교가 여수 시내 못지않게 신식이다.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많고 방과 후에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움이 많다.거문도에는 학원이 없다.


어디서도 듣도 못한  굉장히 놀란이야기는 초등학생들은 영국으로 수학여행을 중학생 1-3학년은 올 가을 이탈리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단다. 교육지원비 지원하에...자부담없이


 여수시내 집 근처 중학교는 점수 따라 커트라인 따라 면접보고 몇 프로 아이들만 자부담 430만 원 정도 들여 캐나다 시애틀을 갔는데 말이다.


수학여행 스케일에 입이 떡 벌어진다. 남편에게 말하니 거문도로 이사 전학 가잔다.

겨울에는 3박 4일 정도 스키장 견학도 간단다.

부러운 체험학습들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시간이라 근처 남강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황칠닭백숙, 반찬이 정갈하고 맛있다.  남강레스토랑의 특별한 맛에 매료되어 다음에 거문도여행을 와 가족과 함께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양식일식등 베트남쌀국수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현지인맛집! 남강


식사 후에는 패밀리모텔에서 숙박을 하였다. 잠자리도 깨끗하고 따뜻하고 안락하게 집에서 처럼 푹 잘 자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들 없이 출장지에서 자는 잠이 꿀잠이랄까?~~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 오고 싶다~제가 가보겠습니다 날씨만 좋다면!


그렇게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배편을 기다린다.

푸른 바다 푸른 하늘 그리고 인심 좋고 따뜻한 분들이 많은 거문도가 좋은 기억을 남긴 [엄마 섬마을에 갔다 올게~~]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올  거문도이기에 [여보 우리 섬에 놀러 가자~]가 되길 기대하며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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