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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Dec 14. 2023

생색이 지나치면 불편함이 된다.  

마음이 진심이라면 작은 들꽃 하나도 감동이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생색은 부담감을 넘어 불쾌함을 줄 수 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다가왔지만  상대가 원하지 않았던 지나친 베풂은 거북한 감정을 남기게 된다.  베풂과 생색, 관심과 오지랖의  갈림길에서 적정선을 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을 던져본다.


 진심이 전해지는 베풂과 생색이 되는 베풂의 기준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도 그때 내가 그렇게 해줬잖아라는 말을 하지 않는 거랄까?

자신이 베풀어준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 값으로 따지지 않는 거라고 해야 할까?


#극히 사적이면서 주관적인 내 경우 불편했던 베풂이 생색으로 변질된 예를 들려고 한다.


 -내가 이렇게 한 거 값으로 따지면 100만 원짜리야(그래서 100만 원을 주라는 건가? 왜 본인의  노력을 항상 과대평가하는 거지?  고로 부담된다.)

-이거 내가 정말 힘들게 몇 시간 동안 찾아서 산 거야. 너 주려고 내가 무릎이 아파도 참아가면서 산거라고(나 이거 필요 없는데.. 사달라고도 안 했는데 그냥 당신의 쇼핑욕구를 채우려고 한 거 아니고? 고로 불편하다.)

-이거 나만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거야. 누가 이런 거 너한테 해줄지 아니?(가스라이팅의 냄새가 폴폴 난다.  고로 생색이다.)

-너는 이런 거 못 고르잖아 그래서 내가 골라왔다~(왜 나를 비하시키는 거지, 뭐 하나 주고 왜 본인은 우월하다는 건가 , 고로 멀리하고 싶다.)

-내가 그때 너한테 그렇게 해준 거 누가 그러는데 아주 발등을 찍어버리게 후회할 일이라는 데.(와~~~ 이런 말 하려고 해 준 거였나??

 와~~~ 감탄이 나온다.)


 본인이 기분이 좋아 베풀고 또 베풀 때는 한 없이 베풂의 엔도르핀이 솟은 건지 행복해하다가 내가 한 행동이 자신의 성에 차지 않으면 다 내놓으라고 하는 이상한 사람도 보았다.


 당연히 챙기고 키워나가는 사랑과 헌신관계에서  값을 따지며 이제 네가 은혜를 갚을 차례 아니니? 라며 계산서를 작성하여 청구해 나에게 값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날은 기분이 좋아 베풀고 어떤 날을 그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한 거 같아서 삐진 표정을 짓고 있고 나에게 호의를 베푼 자기가 바보였다고 하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조울증적인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피곤한 사람들이었다. 스스로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이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거추장스러운 것을 딱 싫어한다. 대신 나를 생각하고 내가 좋아할 것을 오랜 시간 고민하며 소박하게 건넨 마음의 표시를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너에게 이걸 주고 그에 맞는 선물을 나도 받겠다는 실리적이면서 계산적인 관계를 피곤하게 생각한다.  나는 받으면 그만큼을 갚아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 선에서 줄 수 만 있다면 상대에게 더해서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늘 현실이 빠듯해서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나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나에게 건넨 정성이 담긴 성의와 선물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도 같은 마음으로 상대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며 관계를 돈독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지인들이 이런 관계를 통해서 오래 서로를 다독이며 진심 어린 마음 나누며 지내고 있는 편이다.

 만나지 얼마 안 된 누군가가 나와 친분을 갖고 싶다면서  본인에게 필요 없는 것을 주고 그만큼의 값을 따지며 '너 나에게 얼마 큼은 해야 하지 않니?'라는 계산의 속마음을 비친밀한 사이가 되기도 전에  지치게 된다. 차라리 당근마켓을 하라고 권하고 싶었다. 눈치는 빨라서 또 그런 속마음을 금방 알아채는 편이라 생색으로 인한 피곤함도 빨리 느낀다.  

 

 앞의 특수한 경우들과 달리 계산하지 않고 진심으로 건넨 마음들이 훨씬 많다.   진심 어린 마음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살면서도 간혹 피곤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진심을 전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베풂을 받고 난 몰라~ 그런 적 없었어라며 시치미 뚝 때며 입을 싹 닦고 모른 척하는 얌체 같은 사람들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생색이 아니더라도 상대는 충분히 마음과 마음으로 진심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으면 한다.


 진심을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배워야 할지 모른다면 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선생님께 맞춤법이 틀리지만 정성껏 적어 내린 편지, 길가를 걸어오다 보게 된 예쁜 꽃을 하나 꺾어와 전해준 마음의 표시,  서툰 손으로 도와주는 베풂의 손길,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의 말들,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고운 마음씨들은 어린아이들이 가장 스승일 것이다.  시간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깨닫게 한다.

 값으로 따질 수 없고 다 드러내지 않아도 마음을 울리는 찐한 감동은 때론 웃음이 되고 울컥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 마음을 전하는 나의 이웃들이 있었기에 나는 따뜻하고 훈훈한 인생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전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예민함으로 쉽게 느끼는 생색의 피곤함으로 떨어져 나간 관계들에게는 아쉬움이 없다는 인사를 전해본다.  


사진출처는 픽사베이,네이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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