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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11. 2024

36/100 나의 멜랑꼴리아

신호등 고장

 오늘도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내가 봐도 아쉽다. 나의 신호등 기능이 별로라서. 마음속으로는 깊이 싫어하거나 경계할지라도 쉽게 쳐내지 못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후회하지. 오늘도 내 울타리를 지키지 못한 기분. 하지만 용케도 바깥에서 작동하는 나의 껍데기 자아는 잘도 사회생활을 한다. 예전엔 너무 내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사회적 가면이 없었다. 그래서 적도 많이 만들어댔지. 하지만 지금은 세련된 bitch를 지향해서 적당히 가식을 떤다. 그래서 결국은 순둥이다. 좋은 사람 상태는 자원이다. 진짜 내 사람들에게만 퍼 줘야 하는 약수임에도 허투루 써 버린 기분이다. 고장 난 내 신호등에 기어 올라가서 수시로 수선하리라. 그래서 정확히 깔끔하고 담백하게 선을 지키리라. 그래서 별로인 사람들이 내 주변에 얼씬도 못하게 해야지. 정말 별로인 사람들은 그렇게 멀리 하는 법이다. 그래야 다시 말하지만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나의 에너지 말이다. 절전하자.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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