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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12. 2024

37/100 나의 멜랑꼴리아

내게 너무 어려운 일

 어렵다. 꾸준하게 우직하게 한우물만 파는 일이. 진짜 작심삼일의 샘플로 나를 제시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내 어린 시절부터 뿌리 뽑힌 채 비연속적인 삶 때문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그저 나의 속성일까? 타고난 것인지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 명확한 사실은 하나 있다. 나는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인조인간처럼 누덕누덕 기운 너덜너덜한 사람"이라는 것. 극단적이고 지나친 자기 비하라며 그러지 말라고 말 안 해도 된다.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이 사실 가지고 농담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거든. 나 좀 어떻게든 해 줘, 도와줘, 모르겠어. 이런 생각을 달고 살았던 옛날보다 행복하다. 나는 멀쩡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순간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나 멀쩡해요!라고 끊임없이 증명하고 인정받고자 악다구니 쓰던 시절은 너무나 스스로에게 초라했다. 채찍질이나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나는 깨달음을 얻었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나 조차도 평범한 그저 사람이었음을. 남들만큼 힘들고 남들만큼 울고 웃을 수 있는 그저 인간이었음을. 아마도 남들보다 예민한 감수성 때문에 영화 한 장면, 노래 한 구절에도 건강하게 펑펑 울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지닌 나 역시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인정하는 순간 나는 뭔가 꾸준하게 한 우물만 파고 싶어 지더라. 작심삼일도 병이었어. 나는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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