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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17. 2024

41/100 나의 멜랑꼴리아

투머치 단톡방

 사는 게 지옥일까? 머릿속이 한참 엉켜있을 때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달빛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게... 다만 나의 마음이 먹구름 가득할 때라 그게 흠이었지. 내 마음이 지옥이니 천국 같은 하루도 누릴 수가 없다. 최근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대화를 나누는 단톡방에서 나왔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나랑 그저 결이 맞지 않은 사람들이 몇몇 있었기도 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공통의 관심사 때문에 모이긴 했으나 너무 모임이 잦았다. 사실 싫기보단 오히려 즐거웠다. 다만 그 잦은 빈도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 스트레스였다. 그냥 두어 달, 아니 석 달에 한 번씩만 모이면 안 되나? 정기모임은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다. 그 외의 모임은 격주, 혹은 매주 사사로이 이루어졌다. 참여율도 너무 좋았다. 나는 지쳐서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모임을 안 나갔다. 그리고 정기 모임에만 나갔다. 자주 본 사람들끼리 공통 관심사가 많아 보였다. 나는 침묵을 지키며 커피를 마셨고, 이윽고 어떤 물음이 내게 와서 꽂혔다. "다음엔 자기도 올 거지?" 그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순수한 호의를 가진 다른 구성원들이 나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 하나하나가 좋은 사람임을 안다. 솔직하고 좋은 대화가 가능하며 이렇게 무해한 사람들이 꽉 찬 모임을 또 갖기도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나는 숨이 막혔다. 실은 그렇게 많은 활동 자체가 너무 버거웠다. 인간관계를 이어나가기에 참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나는 그저 에너지가 좀 부족했다. 그래서 점점 그 모임에서 말수를 줄이고 한 걸음씩 멀어졌으며 마침내 단톡방을 '조용히 나가기'를 누른 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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