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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18. 2024

42/100 나의 멜랑꼴리아

단톡방을 나온 후

  나아진다고 잔치하지 말자. 요새 많이 괜찮아졌다고 자만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봤자 후퇴하면 괜히 더 침울해지거든. 나는 의사도 아니면서 혼자 진단을 내렸다 처방했다 난리도 아니다. 최근 마음의 평화가 찾아와서 괜스레 들뜨거든. 내 머릿속 시끄러운 소음을 감당 못해 단톡방도 나온 상태다. 영영 인간관계를 이런 식으로 단절하면 어쩌지?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 정신적 섬으로 도망가는 달콤한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다. 사실 단톡방을 나오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매 순간 새 알림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독한다. 매우 피곤한 일이라 정신을 소모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또 내 머릿속은 시끄러워지고 악순환이다. 단톡방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이 부럽다.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할 일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었겠다. 결국 내가 문제구나. 이런 생각이 맴돌 무렵 단톡방의 멤버에게서 따로 연락이 왔다. 가장 활발했던 그녀가, 가장 의욕적이었던 그녀가 가장 적극적으로 연락을 했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보나 마나 뻔하단 말이다. 왜 나갔냐고 물어보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도 관심인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전화받기가 두려웠다. 내가 요즘 많이 지치고 예민하다고 자칫하다가 내뱉을 것 같아서다. 내 약점을 이렇게 드러내야 할까? 그런 생각 때문에 통화 버튼을 못 눌렀다. 그러다 전화가 끊겼다. 나는 조용히 메시지를 한참 후에 남겼다. '지금 통화가 어려워서 나중에 전화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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