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하지 말자. 힘듦이 나아졌다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조금 괜찮아졌다. 샴페인 터뜨리진 않더라도 조각케이크로 작은 축하는 해도 되겠다. 그래야 마음에 산들바람 한줄기정도는 담지 않겠는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길은 꽤 멀지만, 그래도 한 칸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재료가 겨우 모였다. 나는 이 한 칸을 섣불리 완성하고 싶지 않다. 돌처럼 단단한 밀도가 될 때까지 소소한 기쁨을 받아들이리라. 내일 당장 내 우울감이 나아지리라는 기대는 않는다. 대신에 조금씩 조금씩 내 마음에 폐허를 치우고 그 자리를 다져가는 오랜 대공사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바리케이드를 치면 누구나 조심한다. 나도 방심하지 않기 위해 공사 중 표시를 걸고 내 마음의 복원 작업을 성실히 수행하리라. 그러다가 간혹 눈물도 속상함도 찾아오겠지. 그럼 그럴 땐 공사를 중단하면 되겠지. 그럴 때 섣불리 무리하다간 더 다치니까. 그런데 묘하게도 이 노릇도 경력직이 되더라. 타인의 마음 상태나 현재 필요한 단계가 무엇인지 어림짐작이 되곤 한다. 지금 저 사람은 무엇을 말해도 안 들리는 상태구나. 혹은 지금은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하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 앞서 자신의 마음을 수습했던 소중한 지인들은 뒤 이어 비슷한 지경의 나를 그렇게 바라봐 줬겠지? 덕분에 나도 따뜻한 누군가가 될 수 있기를. 오늘도 계단 한 칸 만들고 잠이 들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