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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24. 2024

46/100 나의 멜랑꼴리아

나는 프로 돌변가였다.

 나는 프로 돌변가였다. 온도차가 심했고 화가 나기 전까지 쌓아두고 폭발하는 스타일이었다. 상대방의 거슬린 부분을  이해하고자 애썼다고 착각했다. 허나 사실은 이미 처음부터 어긋나면 용납이 안 되는 사람이었지.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인지 모른 채로 살아왔었다. 그러다 결국 인간관계를 정리할 때는 버럭으로 끝내곤 했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짚어서 이야기할 줄을 모르기도 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놈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 최악으로 싫다. 돌이켜보면 말이다. 그러다 보니 지킬 앤 하이드가 되었다. 아니다 싶은 것에 누적 포인트를 나름대로 책정하다 빵! 하고 터져버린다. 상대방은 대역죄인 되어버리는 것이고. 나는 프로 차단러로서 소임을 다 했다. 그럼에도 점차 세월에 파도에 의해 많이 깎이고 유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나는 목도했지. 다른 돌변가를. 진짜 조금만 수틀리면 세상 잘해주다가도 이빨과 발톱을 세운다. 그러고는 나중에는 조곤조곤 대화를 요청하는 as 차원의 연락을 하더라. 나는 프로 돌변가을 한 발짝 지나서 지켜보니 저만큼 위험한 사람도 없더라. 아무리 잘해주더라도 더는 잘 지낼 자신이 없게끔 하더라. 상대방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인지라 어쩔 수 없다. 그 돌변가가 나쁜이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다만, 그저 방패를 세우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요즘도 연습한다. 싫은 것은 초장부터 말하기를. 돌변하기 싫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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