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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29. 2024

49/100 나의 멜랑꼴리아

미래는 정해졌을까?

죽지 못해 살아오던 나날이 많았다. 딱히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인생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었다. 계속 후회만 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내가 조금 더 현명했다면, 그때 많은 것을 알았었다면, 하며 말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이며 시간이며 차원이며를 다루는 과학 유튜브 채널을 알고리즘에 의해서 알게 되며 나의 관점은 조금 바뀌었다. 어떤 가설과 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부산행 열차를 탄 것처럼, 어떠한 정해진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저 가설일 뿐이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무색해졌다. 정말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선로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미래가 무엇이든 간에 그래 올 테면와바라라는 이상한 배짱이 생겼다. 내가 바꿀 거야, 내가 지어갈 거야,라는 생각이 아닌, 내 미래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그것이 어떤 평행 이론에 의해서 분화되었든 간에 말이다. 어떤 분기점에서 변화가 올지 모르겠지만, 결국 내가 도달한 미래는 수많은 미래 중에 유일한 생존 미래겠지. 내가 두려워하는 미래의 경우의 수를 줄여나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내가 더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두려움이 사라지니  좋았다. 나는 한번 더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 불안 카드 하나를 찢어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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