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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31. 2024

50/100 나의 멜랑꼴리아

인간 가시

인간 가시 같은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해 인간 가시 상태랄까? 그런 사람들과 종종 마주치면 그들의 언행, 시선과 맞닥뜨리기만 하여도 가시에 찔린 것처럼 아프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화가 나 있는 상태다. 아니, 누적된 화가 풀리지 못한 채로 몸에 남아 있다. 마치 화의 결정이 그들들 둘러싸고 있어서 안팎으로 다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룬 것과 같다. 어떻게 아냐고? 나도 가시 인간 상태였던 적이 꽤나 있었거든. 언제든 화가 날 수 있었다. 화의 에너지가 나를 좀먹어도, 나만 당할 수 없지 라는 심보처럼 여기저기 레이저를 발산했다. 앞에 흡연을 하는 사람 때문에 담배 연기를 강제로 마신다던지, 지갑을 놔두고 나와 되돌아가야 한다던지 그럴 때 너무 화가 났다. 화가 날만해서 난다기보단 화낼 계기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판국이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지. 세상엔 돼먹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고. 그렇게 분노의 극단으로 가고 있을 때, 너무 멀리 떨어졌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렸다. 나와 저 반대편에서 부처의 미소를 짓는듯한 사람들 보였다. 번뇌와 분노의 구렁텅이 안에서 씩씩 대는 나와 달리, 무골호인이라 불려야 할 정도로 도무지 화낼 줄 모르는 맑은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존경의 마음도 들었다. 강철과도 같은 그 마음을 한 수 배우고 싶었다. "화 안나?" 짜증 나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지인에게 묻자 그는 대답했지.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가시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가시의 껍데기를 집어던지고 그 세상으로 가고 싶었다. 살을 에는 고통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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