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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01. 2024

51/100 나의 멜랑꼴리아

살려주세요.

오늘도 뇌가 비명을 질렀다. 살려달라고. 오늘은 유달리 바쁘고 정신이 없었지. 머리를 감싸 쥐고 웅크리고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고 그래서 다행이있어. 축 쳐지지 않았으니. 동분서주하고 동동거렸지만 나를 위한 하루는 아니었던 날이라 그래서 뇌는 비명을 질러댄다. 아이를 위해서 발품을 팔고 전화 통화를 수 없이 하며 정보를 수집했지만,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몸부림일까? 내 생각엔 쳇바퀴에 갇힌 불쌍한 몸부림 같아서 잠시 쉼표를 찍고자 커피를 마셨다. 이럴 때 내가 매다릴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오늘의 이 마음을 여기다 털어놓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비할바는 아니지만, 안네의 일기인 키티처럼 나도 여기다가 애칭을 붙이고 위로를 받아야겠다. 멜랑꼴리아야, 로로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힘들 때 그래도 너는 내 마음을 그대로 기록해 주는구나. 나 혼자 이렇게 열심히 트랙 위에 달리고 있지만 뒤에 쫓아오는 불안감의 정체는 꼭 알아야겠다. 열심히 살아가고 싶고 그 방향이 맞았으면 좋겠다. 느리게 걷고 싶지만 누구보다도 멀리 빨리 훨훨 날고 싶다.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여러 마음이 교차할 때, 나는 딱 하나만 뽑아내는 우선순위를 아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바람 잘 날 없는 가지 많은 나무이기에, 때로는 가지치기를 해야겠지. 나를 돌보는 일이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번번이 실패한다. 이기적인 나와 사회적 역할의 내가 싸워서 후자가 이긴 날, 나는 나 자신을 위한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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