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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05. 2024

55/100 나의 멜랑꼴리아

믿음도 능력이다

 나는 벤자민이다. 동물농장의 벤자민이다. 극도의 시니컬함과 무기력함으로 똘똘 뭉쳤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떤 것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녔다. 오히려 무한 신뢰와 긍정으로 똘똘 뭉친 복서 쪽이었지. 하지만 살아가면서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하나둘 무너지더니 내 폐허에는 그저 불신뿐이다. 이 시니컬함은 때로는 좋은 촉을 발휘해서 아니다 싶은 것에 대해 금방 발을 빼게 해 준다. 하지만 때로는 어떤 것에 대해 버틸 수 없도록 하기도 한다. 불신의 에너지는 이렇게 양가적인 속성이 이글거린다. 촉이 좋게 하기도 하고 끈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나는 이 속성을 외면하지 않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다루고 싶어졌다. 나는 생각해 보면 불신을 받은 적도 없고 믿음을 받은 적도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글거리는 의심의 눈초리를 엉뚱한 곳에 들이밀 이유도 없다. 혹은 거짓된 것에 순진하게 속아 넘어갈 이유도 없다. 그저 담담하게 물 흐르듯 세상과 수영할 수만 있어도 그게 어딘가. 올바른 믿음의 능력을 원한다. 냉철한 의심과 이성을 키우고 싶다. 그렇게 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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