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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y 04. 2024

82/100 나의 멜랑꼴리아

다 싫은 날과 다 좋은 날

매사에 짜증이 나는 날이 있다. 또 매사에 관대한 날들이 있다. 그럴 때는 이렇게 세상이 좋아도 좋은가? 혹은 살맛 안 나네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린다. 그럴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다소 담담하고 평상심이 유지될 때 가볍게 한잔 하는 것이 더 낫다. 평상심에서 떨어진 날의 기분 상태에 술은 기폭제 역할을 해서 일이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분석해서 세상을 보다 보면 너무 피곤해진다. 자꾸 메타인지로 현미경 속 세상을 판단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학문의 세계로 빠지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진리를 추구하고 예술에 탐닉하고 문학에 빠져들 때는 나의 이런 면들이 긍정적으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발휘가 되는 순간 너무너무 감정 소모적이 된다. 내가 그것을 못 깨달아서, 채널을 어디로 향할 줄을 몰라서 여태 힘들었구나 라는 생각에 허탈하다.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늦게 깨달았다. 나를 아끼는 방식을 몰랐다.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틀렸다. 그래서 나는 고장 난 지붕의 집 안에서 새는 비를 맞아왔다. 고쳐야 할 배를 그냥 띄워 늘 흠뻑 젖었고 물에 빠져 허우적댔다. 나를 알아서 기쁘다. 그리고 슬프다. 진작 깨닫지 못한 시간들 속에서 울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은 다 싫은 날이라 특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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