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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y 05. 2024

83/100 나의 멜랑꼴리아

불행포르노

자꾸 이러면 곤란하다. 이미지가 굳어질 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꽤 그렇다. 그 이미지에 걸맞게 행동하기 위해 평소보다 불행한 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뭐 하러 그런 걸 신경 쓰겠냐 하지만, 동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아본 적이 있다면 끊기 어렵다. 습관적으로 병약함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종종 관찰하고 얻은 결론이다. 한 때 나도 그랬던 적 있었거든. 그래서 애써 자기 힘든 면을 알아서 단속하고 내색 않는 사람들의 은은한 힘듦이 제법 보이기 시작하다. 그러니 마냥 겉으로 힘든 티를 잘 내는 것은 자칫 불행 포르노의 수요의 공급자 역할을 본의 아니게 하는 것은 아닐지. 나는 그 점을 경계한다. 적어도 나는 그러지 않기를. 특별히 부정적으로 본다기보다는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서다. 여러모로 그렇다. 우울감과 멜랑꼴리아를 연관 지으며 내 아픔을 서서히 녹이는 일지를 적어 내려가면서도 멈칫하곤 한다. 혹시나 읽는 사람들을 의식해서 내 기분을 과대포장한 적은 없는지?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불행을 짜깁기 해서 현란하게 편집한 적은 없었을까? 그렇지 않았기를 바라본다. 그랬다 하더라도 관종병이 도져서 그런 거니 좀 더 다스려봐야겠어. 그래서 비슷한 마음으로 힘듦을 발산하는 친구가 있다면 한 마디 해 주고 싶다. 이해가 간다 그 마음. 근데 그래봤자 별거 없더라. 그러니 적당히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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