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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Jun 01. 2024

89/100  나의 멜랑꼴리아

가시

마음을 진정시키기 좋은 수단 중 하나는 문화생활을 만끽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예술 체험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전시회를 구경하고 공연을 가지 않은 채 바쁘게 살다 보면 하루하루가 불행하고 피혜한 기운에 파묻히는 것 같았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분명히 그랬기에 뭐라도 멋들어진 것을 접하고자 정기적으로 발악을 했다. 하다못해 지하철 화장실 근처에 걸린 그림이라도 봐야 했다. 그러다가 글쓰기를 매일 하는 훈련을 하니 어쩐지 입안에 가시가 녹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글쓰기 처방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된 것이다.

최근 쉬었다가 글을 다시 쓰니 확실히 요사이 예민했던 부분들이 다시 누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내 삶도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닐까? 마치 수동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 외딴섬에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삶의 원동력은 도처에 있으나 그것이 연결되지 못한 채 삐그덕 거릴 때, 예술활동과 글 쓰기 활동은 토막 난 내 삶의 의지를 연결해 주고 나사처럼 결합하여 돌게 해 준다. 삶의 윤활유를 얻게 된 것이다.


언젠가 내가 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늘어날까? 그래서 그들이 나를 통해 윤활유를 얻을 수 있을까? 문득 온라인에 글을 적는 것 자체도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공연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내 가시는 다시금 녹는다. 오늘의 가시를 녹이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내일 자라날 가시의 씨앗도 녹이고 싶다. 마치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는 사람처럼. 그래서 언젠가 내 마음이 따갑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만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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