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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Jun 07. 2024

93/100 나의 멜랑꼴리아

까마귀

요 며칠간 까마귀가 그렇게 운다. 우리 집 근처에 까마귀를 한두 마리 보긴 했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런데 그새 알을 낳아 개체수가 늘었는지 어마어마하게도 운다. 까마귀의 생태를 찾아보니 어미가 새끼에게 울음소리를 가르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 것일까? 혹여 불길한 일이 있어서는 아닐까? 하다못해 죽은 동물이라도 어딘가에 생긴 건가? 요 며칠 털이 너무 지저분한 길고양이가 안보이던데, 그루밍조차 안 하는 고양이라니, 많이 쇠약 해진 건가? 하며 오만 추측을 하다가 멈췄다. 그냥 까마귀 개체수사 늘었을 뿐이겠지라는 이과적 결론.


문과 출신의 나로서 이런 생각의 가지치기는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안 좋은 쪽으로 뻗어가는 사고력은 내 마음을 좀먹더라. 까마귀가 울었다고 해서 굳이 불길한 쪽으로 상상의 나래를 폈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과적 사고는 그 불안을 차단시켜 준다. 기온이 이상해서, 혹은 까마귀 짝짓기 철이 끝나고 새끼들이 자라서, 군집 생활을 해서 등등이다. 같지만 다른 생각의 가지치기 프로세스다. 문이과 통합된 사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만 했다. 그런데 정말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누나. 까마귀가 해충이나 많이 잡아먹어줬으면 좋겠어. 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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