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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Jun 09. 2024

95/100 나의 멜랑꼴리아

오늘은 또 기뻐서 슬픈..

오늘은 어제와 달리 너무 행복했다. 어제의 쓴 맛 덕에 오늘의 달콤함은 배가 되었지. 친인척들이 한 자리에서 마주쳤는데 너무 반가웠다.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도 행복할 것 같은 깨고 싶지 않은 꿈이 이어지는 기분이다. 우리는 사느라 바빠서 서로 만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가장 빛나던 함께 하던 때가 항상 그립더라. 되돌아가는 길이 너무 아쉬웠다. 짧아서 반가웠을지도 모르지만 짧아서 아쉬웠다. 우리는 그래도 모두모두 서로서로 긴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밥을 먹었지.


하지만 대가족과 분가한 가족이 한 동네에서 살 수 있는 축복은 받지 못했다. 어쩌다 한번 마주치는 이모와 삼촌들은 부쩍 연로해지셨지. 사촌들은 서로서로 근황을 헤드라인으로만 업데이트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남이 아니기에 너무나 반갑다. 부모님 세대들이 죄다 상경해서 서울 아니면 경기도에 흩어져 살고 있다. 너무 큰 도시에서 살아서 그런지 자주 못 보니 외롭다. 어제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 행복한 것 보면, 사실 내게 채워지지 않은 외로움이 있었나 보다. 커다란 집을 지어 위아래층으로 식구들을 몽땅 불러 모아 살고 싶다. 사촌이 이웃사촌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이 사무치는 외로움이 녹아내린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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