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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00 나의 멜랑꼴리아

고장 난 안테나를 수리하다

by 로로Roro

나는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적이 많다. 물론 엄청난 주의력을 통해서 경계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더라. 다만 너무나 많은 데이터를 소진하는 덕에 한동안 에너지가 달린다. 그래서 생각했지. 채널을 단순화시키자고. 아무것도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유를 남기자고. 그랬더니 겨우 안정화가 되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특히나 사람에 대해서 그렇다.


참 징글징글하게도 들러붙더라. 염치없는 자들이 한동안 우정이랍시고. 내 손절에 그들이 불같이 화를 낼 무렵에는 나는 늘 "사람 잘못 본 내가 바보야, "고 말하곤 했다. 상대방이 정말 서운했는지 혹은 빌붙기를 못해서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판도라의 상자들에 언제나 '몰염치, 몰상식, 꺼져"등의 스탬프를 꽝꽝 찍어댔다. 나중에는 아예 '꺼져 부류'로 줄여서 말이다. 비록 내 생활반경에서 완전히 퇴장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최선을 다해서 그들을 무시한다. 공통된 지인이 눈치챌 정도로 나는 인사도 안 하더라.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시절인연은 끝났다. 그 결과 최고의 비법을 알아냈지. 애초에 가까워지지 않기 위해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기로. 그래서 최근에 나는 최신형 안테나를 마음에 설치했다. 그리고 구형 안테나와의 공통된 신호를 감지한다. 더블, 트리플 체크 이후에 나는 꺼내 들지. 무엇을? '꺼져 부류'스탬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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