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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00 나의 멜랑꼴리아

백구 같은 간절함

by 로로Roro

109화를 맞이하여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말 그대로 백구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에 세진 컴퓨터랜드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감성마케팅의 주인공 하얀 진돗개 백구 이야기 말이다. 팔려으나 절대 주인을 바꾸지 않은 백구가 희미한 주인의 냄새 하나를 의지하여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세진 컴퓨터랜드와 무슨 상관이지?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찾아보니 한번 주인은 평생 주인, 한번 구매하면 평생 as라는 문구로 연결되어 있더라.


내 안에도 백구가 있을까? 결핍을 향해 절대로 방향을 바꾸지 않고 달려가는 어떤 맹목성 말이다. 내게 너무 귀한데 이미 부서져버린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럴까? 아니면 아니면 내게 꼭 있어야 하는 잃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내게 없어서 함께하면 행복할 것 같은 그 무엇일까?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내 안에 백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토록 코를 킁킁대고 낑낑대고 있지 않을까?


백구야 언제쯤 너는 긴 여행을 끝낼 거니? 최근에 나는 매우 지쳤는데 말이야. 하지만 언젠가는 백구가 제 주인을 찾을 날이 올까? 내 마음의 주인은 나여야 하는데 나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 퍼즐 조각 하나를 찾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살짝 우울해져. 그럴 땐 그저 내 안의 백구를 쓰다듬는 수밖에 없다. 쓰다듬는 일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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