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곱하기 아이 <가지치기>
12.
<가지치기>
임신을 하고 나서는 이런저런 금기 사항에 둘러 싸인다. 음식, 내 언행, 갈 수 없는 장소 등등 내 행동의 제약과 좁아진 활동반경이 자칫 사람을 숨 막히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단점이라고만 할 수 없다. 앞으로 아이에 대한 것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는 한편 나 자신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내 삶의 패턴을 재정비하는 좋은 계기로 삼아보기로 했다. 마치 온 세계를 배낭 하나만 매고 떠나기 위해서, 채울 것과 비울 것을 확연히 구분해야 하는 여행자와 같은 심정으로.
우선, 식재료를 마련해도 요리에 관심이 없어서 썩히곤 했는데, 제대로 된 먹거리 마련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자는 것. 좀 더 식재료 보관과 소비에 신경을 쓰고 인스턴트를 줄여보는 것. 신랑 포함 미래의 아이에게도 맛난 음식을 뚝딱 해 줄 수 있게 스킬도 쌓고 무엇보다 내 몸을 스스로 건강하게 할 것.
다음은 인간관계의 정리. 멀쩡한 인간관계를 끊자가 아니다. 평소에 나와 파장 이 맞지 않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고 예의가 없는 사람들과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싶어 졌다. 수시로 아니다 싶은 인연은 맺지 않으려 했지만 좀 더 진실한 지인들만을 남겨두기로. 주소록 정리를 하며 생각했다. 사실 가족과 소중한 인연들과의 교류도 노력하지 않으면 뜸해지는 마당에, 내 가혹 시나 경솔하게 잔가지를 죄다 방치하여 튼튼하지 않은 나무처럼 휘청일까 봐 걱정이었다. 사실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드는 지인들이 몇 번 있어서 깔끔하게 돌아서고 나니 점점 더 이상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연들이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마땅하고도 멋진 상황은 순전히 내 삶을 소중히 하고 주인으로서 살아갈 때 비로소 생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루고 묵혔던 목표들을 차례차례 수행하는 것. 사 둔 어쿠스틱 기타를 다시 잡아서, 아이가 태어날 즘에는 동요 한 곡 당겨줄 수 있는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이 순간부터 학생처럼 차근차근 기타를 익혀보자. 얼마나 사치스럽고 즐거운 순간으로 훗날 기억되겠는가. 한동안은 육아의 전쟁을 치르는 군인 모드이기 때문에 노래를 연습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관건. 또한 외벌이에서 맞벌이로 전환하기 위해서 내가 계속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10달 안에 파악하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일. 준비된 사람이 되자! 지금은 도약의 계기다!
이렇게 생각하니 좁아진 행동반경이 내게는 너무나 큰 기회로 전환되었다. 어차피 못 갈 곳, 못할 곳 많지만 그래서 그동안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