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곱하기 아이 <사촌이야, 인사해>
11.
<사촌이야, 인사해>
‘이모는 결혼한 지 몇 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아기가 안 생겨요? 결혼하면 아기가 생기는 것이라고요.’ 밥을 먹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 조카가 뜬금없이 내게 이런 말을 꺼냈다. 떼끼, 이런 저 출산 시대에 독촉을 하다니. 하지만‘결혼한 지 몇 주가’ 패턴은 ‘결혼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로 볼 때마다 반복되었다. 어쩐지 이 작은 어르신에게 어떤 말이라도 전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이모는 아직 아기가 언제 생길지 몰라. 하지만 약속을 할게. 아이가 생기면 가장 먼저 너에게 말해 줄게. 바로 알려줄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보자.’ 그러자 조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있어서 첫 조카인 이 녀석은 태어날 때 내가 돌보기도 한 우리 가족들의 첫아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었고 이모는 놀아주고 돌봐주는 사람으로 각인이 되었다. 내 결혼식 날에도 유달리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내 친구가 ‘뭐가 그리 신나고 즐거워?’라고 묻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모를 축하해 주러 모였잖아요.’ 이 말을 훗날 전해 들은 나는 정말 새삼 놀랐다. 아이들이란 정말 뜻밖의 놀라움과 기쁨을 팍팍 던져주는 존재로구나. 어쨌든, 이런 깊은 유대감이 있는 녀석이니 좀 더 내 아이에게도 친근감을 느끼려나? 우리 부부에게는 첫째지만 오빠와 언니의 아이들이 있어서 부모님에게는 막내인 나의 미래의 아이를 빨리 조카들에게도 인사시켜 주고 싶었다. 기약이 없었지만 그런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게 아이가 생기고, 태몽을 어른들끼리 주고받았기에 안타깝게도 나는 첫 조카에게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약속을 소홀히 여긴 것은 아니란다. 정말 너를 아낀단다. 나는 초음파 사진을 들고 먼 거리의 광역버스를 타고 조카의 집에 방문을 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카에게 앉아보라고 했다. 물론 호기심 많고장난끼 어린 둘째 조카도 있을 때 하지 않으면 서운해할까 봐 함께 앉도록 했다. 그리고 태아가 찍힌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뭔지 아니?’ 아이들은 갸우뚱거렸다. ‘이것은 이모 뱃속의 아기 사진을 찍은 거야.’ ‘정말요? 왜 이렇게 어두워요?’ ‘생각해봐, 뱃속은 깜깜하잖아.’ ‘아, 그렇구나.’ ‘기분이 어때?’ ‘안심이 돼요.’ 나는 그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 왜 불안했었니? 하여튼 나는 내 배를 만지게 하며 ‘이 안에 너희들의 사촌동생이 있어. 있사해.’ 하자, ‘이종사촌이겠죠. 삼촌의 아이는 고종사촌이고요.’ ‘그래, 인사해.’ 아이들은 안녕을 외쳤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근데 이모 배는 옛날에도 이렇게 불룩해서 아기 있는 줄 알았어요.’ 아니야, 그냥 그건 맥주 마셔서 조금 나온 거야. 오해하지 마.
그렇게 명절이 다가왔고 오빠의 어린 딸 조카에게도 아가를 소개하여주자 말했다. ‘아가야, 나중에 태어나면 여기 있는 장난감 내가 다 줄게!’ 세상에 맘이 예쁘기도 하지. 역시 여자아이라 그런지 어휘력이 빠르다. 그런데, 할아버지 댁의 장난감은 네 것이 아니라 공용이란다. 어쨌든 고맙고 기특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겐 신랑의 조카, 즉 시조카들도 한 세트 있다. 친정에 세 마리 한 세트, 시댁에 세 마리 한 세트. 그 아이들도 자신들의 사촌이 내 뱃속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맏이인 딸 조카는 여동생을 원했고 나머지 두 아들 녀석들은 숙모인 내 배를 살짝 보며 신기해했다. 내 아가는 총 여섯 명의 사촌을 이미 머리에 이고 태나 한 번씩 안기겠지.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