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홀, 이제부터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15.
<웜홀, 이제부터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는 둘 다 우주로 떠난 인간을 다룬 작품이다. 두 작품에서 등장한 ‘웜홀’ 이유 달리 생각나는 오늘이다. 보다 먼 차원의 우주를 향한 지름길인 웜홀을 통과하게 되면, 지구와의 거리는 몇 광년이나 떨어지게 되어 결국 엄청난 시차가 발생하게 되고, 우주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지구의 시간으로 돌아와 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나이 들었거나 이미 죽었다. 그것을 각오하고 사명감 때문에 지구를 떠나는 작품 속 인물들을 보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에 스스로 고개를 저으면서.
신혼의 재미는 쏠쏠했다. 잉태한 상황에서도 신랑과 단둘이 오롯이 데이트하며 단 꿈을 즐기고 있는 그저 혼인신고로 국가 공인된 커플일 뿐 어른의 세계와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나. 오히려 무한한 자유와 적당한 책임 안에서 부모님의 간섭 없이 신랑과 무한으로 dvd를 보다가 불규칙하게 치맥을 하며 늘어지게 잠들 수 있어서 사실 아주 즐겁다. 물론 아이를 가지고 나서는 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을 위해서 노력하는 정도의 틀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출산과 동시에 상상도 못 할 부모로서의 책임과 현실과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의 단조로운 일상은 전쟁을 겪은 이가 살던 고향에서의 평화를 떠올릴 만큼 사무치게 그립겠지. 그리고 거기에 두고 온 고향 친구들도.
그런 상상을 하면서도 나는 우주선을 타기 전 건강 검진과 공부를 하고 있는 우주인의 심정으로 미스의 시절과 홀몸의 시절의 자유와 하나씩 작별을 하고 있다. 오로지 그때만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을 다 놓아두고, 최소한의 짐을 꾸리면서. 좋아하는 색조 화장품, 몸에는 좋지 않지만 맛난 음식들을 시작으로 모든 사물과 장소는 육아의 필터를 기준으로 걸러지겠지. 하이힐은 깊숙이 집어넣고 운동화를 꺼내면서 또한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엄마로서의 나에게 주어진 기저귀, 분유 등등의 보급품을 챙기면서, 쓸데없지만 차마 버릴 수 없는 예쁘고 무거운 물건들은 챙겨갈 수 없기에 내 오랜 시절의 방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마음에만 담고 떠나는 심정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끝을 향한 것이 아니라 새 생명의 시작을 위한 사명을 품고 가는 플러스의 여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하루하루 불러오는 배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그리고 근심 없던 태중에서 생의 고해로 던져 질이 아이가 출산이라는 웜홀을 통해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나왔을 때의 충격을 최소한으로 막아주는 푹신한 우주선이 되어주리라. 사실, 이 모든 여정에서 아가 네가 가장 고생이 많다. 네가 가장 수고했다. 대견하다. 그럼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