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니 16

비움과 채움의 밀당1

by 로로Roro
새 파일 2017-09-22_22.jpg

임신을 하고서 배가 불러올 때 마다 몸은 무거워지지만 부푼 배 만큼 내 마음은 기구처럼 두둥실 비워지고 떠오르고 있다. 임산부라는 신체적 물리적으로 행동 반경과 종류에 제한이 걸리니 묘하게도 그 속에서 자유가 생기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떨구니 비로소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기구 탄 모험가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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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가시나무>가사 처럼 내 속에 내가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당신은 커녕 나 조차 쉴 곳이 없이 바람만 불면 가시가 부대껴 울어대는 복잡한 사람이다. 하나밖에 없는 뇌를 좌뇌 우뇌도 모잘라 여러 방으로 나누어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과 걱정 혹은 계획을 한 번에 공장처럼 돌린다. 그 중에 굵직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생각들을 멈춰야 하는데 그 제어장치 부품은 쉽게 구할 수 없는 지경. 학위를 딸 때도 세 가지 전공을 했고 한 가지 언어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다른 언어는 그럼 언제 공부하지 라는 욕심. 그러다 지쳐서 우선 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아 소처럼 우직한 사람의 성품을 동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이기 때문에 곧바로 그렇게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여전히 답보상태였다. 그런데 복잡한 기계 같은 내 안에 작은 생명이 들어오더니 솜씨좋은 정비공처럼 나를 수리해 줬다. 아이가 내 안에서 자라나면서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버켓리스트에 담고서 동시에 실행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는 그것을 모니터링 하고 우선 순위를 매겨 적절한 순서대로 솜씨 좋게 정렬 하더니, 0순위 자리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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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내게는 놀라운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그 수 많은 가시들이 후두둑 가지치기 되어 굵은 가지들이 충실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다. 또한 떨어져 나간 가시들은 착착 정렬되어 내 안의 열정이 식지 않게 땔감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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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벡터의 방향성을 설정해준 아가에게 감사한다. 그래서 더 추진력 있게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자, 이제 다음 역으로 칙칙폭폭 출발할 일만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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