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Roro Feb 16. 2024

16/100 나의 멜랑꼴리아

잠깐 쉬어가기 -1. 서브병에 대하여

 11화에서 언급한 취향에 대해 좀 더 파고들고 싶어서 몇 자 끄적였다. 서브(Sub) 병이라 함은, 간단히 말해 어떤 이야기에서 주인공 말고 조연에 더 애착이 가고 응원하고 몰입하는 마음앓이를 뜻하기도 한다. 주인공 커플이 고난 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을 때 나는 항상 뒤를 본다. 환상적인 미소를 짓는 그들의 뒤에 남겨진 조연은 짝사랑에 실패한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꼭 실연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는 체념과 포기 뒤에 짓는 미소가 은은하게 비친다. 나도 저 기분 알아. 그래서일까? 이미 주인공들은 나 말고도 얼마든지 사랑을 다 긁어모아갈 거니까, 나라도 서브를 사랑해 주리라!라는 마음이 애초에 싹튼다. 가수 그룹, 소설, 영화, 드라마시리즈 등등에서 말이다. 나중엔 '주인공'감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피하고 기억도 안 난다. 오히려 상대방이 서브, 조연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의미가 커지는 것이다. 어릴 때 고등학생 가수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일종의 아이돌 스타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중에 전형적인 화려한 꽃미남 이지훈과 상대적으로 덜 화려한 느낌의 이기찬(당시에 남성적으로 보였다. 근데 지금 보면 이기찬 씨도 그냥 꽃미남 꽃 그 자체)에게 무조건 몰표를 줬다. 나는 심술이 났다. 왜 이지훈을 늘 이기찬보다 먼저 소개하고 조각미남이니 꽃미남이니 온갖 수식어를 그에게만 들이대는가! 이기찬의 매력을 모르는 멍청이들아!!! 하고 말이다. 물론 둘의 노래를 다 즐겨 듣고 불렀다. 이지훈의 '왜 하늘은'은 화려하고 슬프고 임팩트 있었고, 이기찬의 'please'는 진짜 하루종일 은은하게 내 감성을 휘감았다. 하지만 두 노래를 공평하게 좋아하되, 인물에 대한 지지는 공평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기찬이라는 가수가 화려하 다른 가수 때문에 이기찬 고유의 가치를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지훈과 이기찬의 인기의 우열을 내가 수치로 확인해서 그런 것도 아녔다. 어쩐지 이지훈은 서구적인 트렌디한 미남이어서,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이기찬에게 관심을 쏟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만의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보면 둘 다 너무 꽃미남이라 내 취향으로 들어오실 수가 없다! ( 누가 들어간다고 말 한 적 없었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15/100 나의 멜랑꼴리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