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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Feb 18. 2024

17/100 나의 디지털 입지

파레토 법칙도 아니었다. 

 문득 최근에 내가 접속하는 사이트를 보니,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 메시지 어플, 쇼핑몰, 웹툰, 유튜브 채널 정도였다. 심지어 한때 심취한 유튜브 보기조차도, 구독리스트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알고리즘 몇 흝어보고 말 뿐이다. 아, 하나 더 추가하자면, 글을 쓰고 올리는 브런치계정 정도? 보는 것이 정해졌고, 가는 사이트가 정해졌다. 최적화된 느낌? 게다가 메시지 어플 속 교류하는 지인들은 또 어떤가? 리스트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떠 있지만, 연락하는 대상은 극소수다. 최단거리, 최적화가 부지런히 이루어지고 있다. 무섭게도, 오프라인에서 맺는 인간관계 역시 그렇다. 꾸준히 교류를 해 온 사람들은, , 갑자기 밀물처럼 몰려온 인연들과의 새로운 이벤트 때문에 시간을 고루 분배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래서인지 연락이 뜸해졌다. 그리고 그 밀물이 썰물처럼 쫙 빠져나고 다음 날 귀신같이, 묵은 인연들이 먼저 연락이 오는 것이다. 아무래도 보이지 않은 나를 위한 인벤토리는 꽤나 용량이 적은듯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내 의지로 접속하는 스마트폰과 피시를 통해서 접하는 온라인 세상은 의외로 너무나 적었다. 스마트폰의 용량의 대부분은 사진과 동영상에 담은 일상 추억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부지런히 깔아 둔 어플이 뺴곡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은 극소수다. 내가 접속하는 사이트나 어플은 마치 개미처럼 리스트가 많지만, 거기서 활성화된 것은 몇 퍼센트 없다는 것이다. 파레토가 관찰한 개미 군단의 20프로 말고는 80프로는 20프로의 노동에 의해 편히 먹고살다가 막상 20프로의 일하는 입장이 되면 그제야 일을 가동한다. 하지만 나의 스마트폰과 피시를 통해 자주 유의미하게 접속하는 세상들은, 내가 접했던 세상들 중 정말 5프로는 될까 말 까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정말 감당할 능력이 없다. 문득, 나의 디지털 세상에서의 입지는 0.00000001 나노 퍼센트도 아닌, 말 그대로 우주의 먼지 속 기생충정도가 아닐까. 그 사실이 참 어이없다가도, 생각보다 나의 뇌는 끊임없이 최적화를 하느라 엄청나게 분주하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물이라도 한잔 바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마르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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