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Roro Feb 19. 2024

18/100 나의 멜랑꼴리아

중용을 못 지킨 의욕은 독이다.

나는 어릴 적 하고픈게 참 많았다. 발레도, 바이올린도, 미술도, 이것도 저것도 다 졸라댔다. 하지만 그럴 수가 있나. 조르고 조르고 또 졸라서 된 것이 있지만 그마저도 고비가 올 때 그래도 다녀보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잘 다니다가도 어차피 이사 가야 해서 맥이 뚝 끊기곤 했다. 또한 언니가 두각을 나타낸 분야인 미술에서는 내가 낄 자리가 없었다. 재능이 빛나지 않았다는 이유였지만. 또 원하는 바를 위하 노력하는 방법도 몰랐다. 다만 무언가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을 함으로써 함께 빛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가능성의 문들은 점점 닫히고 나는 그저 자타공인 '중도에 포기'하는 의욕저하의 아이가 되었다. 뭘 해도 어차피 안되는데 뭐 하러 노력을 하냐고 반문한다면 나는 그럼 거기다 반문하고 싶다. 그 모양 그 꼴이었던걸 난들 어쩌냐고. 결국 나는 산만하고 의욕이 없는 학생으로 초등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의욕은 많지만 끌고 갈 자신이 없었다. 지금도 디지털피아노, 우쿨렐레등은 초급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나에게 그저 붙들려있다. 당근마켓에 팔아치워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내 방 한쪽 벽은 창고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걸 치우지 않으면, 아니면 쓸모를 다 하지 않으면 내 마음 한 구석도 여전히 엉망진창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명상을 통해 내려놓나 보다. 기타든, 뭐든 초급단계를 벗어나려면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치워야 하는 것처럼. 버리고 내려놓아야지. 복과 행운을 가로막힌 나의 처절한 깨달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7/100 나의 디지털 입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