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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Feb 27. 2024

24/10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더니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휴식을 주기 위해 실천할 리스트를 작성했다. 1. 짐을 줄이고 비울 것, 2. 집안집의 간소화와 관리 포인트를  줄일 것, 3. 새로운 것을 들이지 않을 것. 이 모든 것은 지금까지의 관성대로 폭주하는 질주와도 같은 실수로 인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1. 짐을 줄인 자리에 3. 새로운 짐을 들여 2 집안일이 복잡해졌다. 그러니 내 심신의 피로를 풀 집은 아직 없다. 그래도 빈 벽이 하나 있는데, 그건 최후의 보루처럼 남겨두고 있다. 거기마저 짐에 점령당하면 나는 전쟁에서 패배할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고독하지만 집요하게 요새를 지키고 있다. 오늘 하루 빈 벽을 지키면, - 엄밀히 말하자 빈 기둥이긴 하지만 - 하루하루 숨통 틀 수 있을 것 같다. 빈 벽을 지킨다는 것은 깊은 우울의 바닷속 잠수부에게는 산소통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벽은 내 마음을 투영하는 스크린이다. 벽에다 대고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본다. 상상 속으로 낙서를 하기도 하고 책꽂이를 둬 보기도 한다. 큰 캔버스에 가득한 멋진 그림을 걸어두기도 해 본다. 빈 곳이 주어지니 비로소 욕심을 부릴 수 있다. 오늘 하루도 결심한다. 내 마음을 다스려보자. 만일 오늘 실패하더라도 블록처럼 다시 쌓자.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집도 마음도 빈 공간이 많아 숨 쉬기 편해지리라. 지금은 그저 견디며 하루하루 버텨보는 것이다. 장하지 않은가? 단지 버티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나는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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