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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Feb 29. 2024

26/100 나의 멜랑꼴리아

인생 선배의 간단명료한 조언

 '나는 언니처럼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작은 상실에도 이렇게 불안하고 슬프거든. 잦은 전학으로 인한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정을 붙이기 힘든 점들이 자주 나를 외롭게 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고문 안에서 힘들어했다. 부모님이 여행에 다녀오실 때 나는 배웅을 하며 집에 와서 마구 운다. 불의의 사고가 나면 어쩌지? 교통사고나 천재지변으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대로 내가 여행을 갈 일이 있을 때는 쪽지를 여기저기 남겨둔다. 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일이 생기면 내 일기장이며 각종 비밀번호가 필요할 테니 책상에 메모로 남겨두고 간다. 여기저기 포스트잇으로 정보를 남겨두기도 한다. 불안정함과 두려움이 엄청났던 것 같다. 이러할진대 내가 가정을 꾸려서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면 나는 걱정되어서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았다. 불의의 사고로 나만 남겨진다면, 혹은 내가 먼저 떠난다면... 상상만 해도 비명이 절로 나왔다.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런 두려움이 없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답하길, '당연히 막연히 두려울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게 되지 않아. 일어나지 않은 일일뿐더러 그저 살아가는 것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누구나 불안함은 있으니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저 내려놓을 뿐.' 나는 그 말이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부럽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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