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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01. 2024

27/100 나의 멜랑꼴리아

당신의 정거장은 어디에

 나의 마음은 여행 중이다.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는 지하철을 타듯 하염없이. 문득문득 고개 들어 내 위치가 어딜까? 하며. 때로는 깜빡 졸다 환승할 정류장을 놓쳤지. 그래서  헐레벌떡 내려서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운 좋게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플랫폼이 바로 옆에 있으면 좋았겠다. 하지만 때로는 계단을 타고 빙 돌아가기도 했지. 아, 맞다, 아까 내 물건을 두고 왔지! 하며 분실물 센터에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 그래서 나는 거미줄 같은 마음 지하철에서 여행 중이다. 때로는 지상으로 나와 한강의 반짝임이나 노을을 보기도 하겠지. 나는 그래서 어디쯤일까? 고개를 들어 현 위치를 파악해 본다. 당신의 정거장은 어디쯤인가? 나처럼 길을 잃었다면 물끄러미 나의 좌포를 찾아본다. 나는 언제 어디쯤의 트라우마 안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이렇게 끝없이 질문을 던져보다가 그냥 주사위를 굴리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의 좌표를 보드게임처럼 만들어 내 얼굴이 박힌 말을 여기저기 딱딱 놓아보리라. 그리고 어디든 주사위가 이끄는 곳에 어디든지 가고 거기서 주어진 카드를 뒤집어보리라. 그렇게 안 밟은 땅, 안 지나친 정거장 없을 때까지 꼼꼼히 돌아다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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