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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02. 2024

28/100 나의 멜랑꼴리아

무위의 고를 느끼고 싶다

 무기력할 때가 있다. 너무 빡빡하게 짜인 일상이 나를 옥죌 때 그렇다. 그럴 땐 과감히 일정을 비울 수 있어야 숨통이 트이지. 직장인에겐 휴가가, 학생에겐 방학이 그렇다.  그런데 그마저도 비울 수가 없다. 휴가 계획이 알차야 한다며 스케줄 탑을 쌓았다가는 피로만 더 쌓일 뿐인 듯하다. 나는 상황만 맞으면 연박할 수 있는 숙소를 잡아 떠남이 좋다. 최소한의 짐을 꾸리고 거기서 먹고 자며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또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며. 다만 규칙이 있다. 많은 스케줄을 잡지 말 것. 예전 같으면 주변 지도를 좍 펼쳐두고 도장 깨기 하듯이 다녔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에너지가 줄줄 세는듯하여 거점형 여행으로 노선을 틀었다. 그래서 무위의 고를 느낄 때까지 그저 쉬고 한가로이 지나면 다시 활발한 생활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들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 명소를 피하면 좋다. 명소에서 살짝 떨어진 곳일지라도. 그러다 보면 심심해서 근질거리고 이대로 멈춰있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마냥 쉬기에는 세상이 녹록지 않다. 그리고 무위의 고를 느끼기에는 사실 더 오래오래 심심했으면 하는 욕망이 크다. 게다가 나는 백수가 딱 체질이다. 무위의 고가 잘 안 생긴다. 이러니 무력감이 들지. 휴식이 필요하다고 뇌가 비명을 질러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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