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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04. 2024

30/100 나의 멜랑꼴리아

밖으로 돌다

언제나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 문제의 해결은  결국 밖이 아닌 안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면역력을 갖추고 세상에 뛰어드는 수밖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사에 남 탓 세상 탓을 했다. 탓할 거리가 너무 많으니 편리했다. 그러나 정작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는 곪아서 안방을 떠억 하니 차지하고 있더라. 인간관계도 그렇다. 나는 외로움을 타고 의존적인 면이 있어서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찾곤 했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의지가 되면 맹신하거나 조금이라도 멀게 느껴지면 먼저 돌아섰다. 어린 시절부터 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자기주장이 강한 친구 옆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또한 나를 복속시키고자 했고 당연히 불편하니 그러면 거리를 뒀다. 내면의 자아를 성장시키기보다는 떼를 썼다. 그러다 보니 경계심이 많아져 섣불리 다가가기보다는 조금 멀리서 사람들을 지켜보게 되었다. 나중엔 오히려 내가 친구들을 리드하고 양보하고 의지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런 역할로 살아온 적이 없어서 때때로 괴리감을 느꼈다. 막상 나는 외로워, 친구들의 고민 상담은 하지만 내 마음을 털어을 곳은 없어. 그런 대상 찾기 어디 쉬운 줄 아냐고. 하며 혼자 새침한 놀이를 하고 있었다. 실은 애초에 어떤 콘셉트로든 속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할 거였으면서. 나는 마음속이 이렇게 복잡한데 겉으로는 웃고 있을 뿐이야. 이런 인터넷 소설 속에서 나올법한 유치한 사춘기 놀이를 성인기에도 한동안 이어왔다. 그런 사고회로는 뜯어고칠 수밖에. 들키면 쪽팔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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