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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05. 2024

31/100 나의 멜랑꼴리아

갈팡질팡 와리가리 병

 나한텐 병이 있다. 한 가지를 원하는 동시에 다른 것을 원하는 병. 그래서 갈팡질팡하며 한 번에 두 마리 토끼 쫓지 않으면 안달이 난다. 늘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는 터져나가나. 어느 날 포털사이트에 카페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이런 문구가 떴다. '300개 이상은 가입불가'라고  뭐라고? 내가 300개나 가입했다고? 그래서 주루루루룩 흝어보면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난다. 아 맞다, 저거 좋아하지, 아 저거 관심 있지 하고. 내 관심사의 터짐은 월말에 신용카드 명세서 같다. 내가 이만큼이나 썼다고? 말도 안 된다 어디 보자! 하고 항목 하나하나 보면 다 내가 산 게 맞다. OTZ... 당시에는 다 중요해 보였지만 한 달 후에 결산에선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쯧쯧, 에잉, 무슨 코오피 한잔에 몇천 원이나 쓰나? 요즘것 들은 돈 귀한 줄 몰러, 집에서 타 먹어! 하면서. 그럼에도 또 망각하고, 구매하고, 망각하고 관심사를 쫓는다. 나에게 필요한 처방은 이거다. 가지치기. 잔가지 다 쳐내자. 심플 이즈 더 베스트. 그러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야 내 정신도, 내 짐도 다 줄어들 것이다. 오늘도 당근 어플들 켜고 사진을 찍어댄다. 팝니다, 내 관심사를. 제발 헐값에라도 좋으니 내 마음을 비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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