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주는 말

뉘앙스는 생각하기 나름

by 로로

"거 머시라꼬."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사투리는 자연스럽다. 억양에서의 사투리도 있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좀처럼 알아듣기 힘든 말들도 섞여있다. 그중의 하나가 저 말이다.


"거 머시라꼬."


"그게 뭐라고." 정도로 옮겨 적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게 뭐라고"와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그러니 "그게 뭐라고."라고 하지 않고 "거 머시라꼬."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투리를 쓴다고 "그게 뭐라고."라는 말을 모른 건 아니니.


얼마 전 결혼기념일, 신랑과 나는 전망 좋은 48층 스카이라운지의 일식 레스토랑을 찾았었다. 우리 식구 거하게 먹는 한 끼 외식보다 비싼 1인 코스를 각자 시켜 설레는 맘으로 앉았다. 밖으로 보이는 전망에 뭔가 더 신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때 신랑이 셰프님에게 말했다.


"저희 오늘 결혼기념일 기념으로 좀 무리해서 왔어요. 잘 부탁드려요."


그러자 셰프님이 말했다.


"제가 부산 사람은 아닌데, 부산 와서 배운 말들이 몇 개 있어요. 그중의 하나가 '거 머시라꼬'에요. 거 머시라꼬. 한 번씩 거하게 드셔도 됩니다. 저도 평소에 이렇게 비싼데 못 가요. 그러니 편안히 즐겁게 식사하세요."


'그래, 거 머시라꼬. 괜찮아.'


나에게 '거 머시라꼬'는 그런 뉘앙스를 가진다. 괜찮아. 용기 내. 할 수 있어. 충분히 자격 있어. 그래서 스스로도 무언가 자신감이 없거나 망설여지는 일이 있을 때 되뇐다.


"거 머시라꼬."


그럼 슬쩍 용기가 난다. 그게 뭐라고 망설이는지, 겁내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나에겐 호랑이 같은 걱정을 고양이 만한 걱정으로 만들어주는 말이다.


오늘 용기 나지 않는 일이 있다면 이 말을 추천해본다.


"괜찮아, 거 머시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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