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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May 10. 2022

가치의 다름

오픈런은 못 하겠어

"오늘도 안 들어왔데."


명품 구매를 위해 오픈런을 하던 지인이 3일째 허탕이라며 단톡방에 한탄의 글을 올렸다.

나는 명품알못이다. 누구나 아는 그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명품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지인이 구하고자 했던 물건은 브랜드는 알고 있으나 제품명은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하도 들어봐서 갖고 있지는 않지만 몇 가지는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정도로 알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순간순간 '나도?'라는 마음의 흔들림을 느끼기기도 한다.

몇 개월 전에 오픈런으로 샀던 누군가의 명품가방이 가격이 올라 천만 원이 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또 여름을 대비해서 원피스와 샌들을 지금 사놔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들었을 때.


그날도 그랬다.

아침부터 오픈런을 위해 함께 할 동지를 찾는 지인에게 나는 빠지겠노라 말을 했던 아침, 친구가 자신의 생일이라며 보자고 연락이 왔다. 마침 오픈런을 하는 백화점에서. 


그렇게 챙겨서 백화점에 도착을 했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백화점 속으로 들어가는데 눈앞에 낯선 대형서점이 보였다.

순간 '여기가 어디지?', '잘못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오픈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서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기쁨이란!

내가 잘못 오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오프라인 서점이 멋지게 자리하고 있음에 대한 기쁨이었다. 

얼굴엔 미소가 만발했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 나는 오픈런으로 바라던 명품을 만났을 때보다 멋진 서점을 마주했을 때 더 기쁘구나.'


누구나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다.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다고 가름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행복감을 줄 뿐이다.

나에게 그것은 명품백보다 서점에 가득한 책과 문구들이었다.

만약 몇백만 원이 생겨 명품백과 서점 이용권 중에서 고르라면 나는 후자를 택하리라. 


요즘 핫한 명품은 알지 못 하지만, 요즘 핫한 책은 알고 있다.

명품백은 들지 않지만 가방 속에 오늘 읽을 책은 늘 들고 다닌다. 


명품알못이라 알게 모르게 위축됐던 마음이 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명품백을 고를 때보다 책을 고를 때 더 행복한 사람이고, 

액세서리를 고를 때보다 문구류를 고를 때 더 신나는 사람일 뿐이다.


그저 그렇게 다를 뿐이다. 


서점에서 한참을 즐기다 친구에게 선물할 책 두 권과 내가 좋아하는 문구류를 고심하여 골랐다.

달랑달랑 종이가방에 들어있는 책과 문구들이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도 명품이 쉽게 생긴다면 마다하진 않겠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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