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 May 11. 2022

지금 당장

살찌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네?"

"겨울 되면 10킬로 늘었을 거예요."


예전의, 그러니까 먹어도 크게 살이 찌지 않던, 기초대사량이 높았던 시설의 나는, 먹기 위해 사는 거니 맛있는 것 먹자주의였다. 먹는 것은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무얼 먹을까는 행복한 고민이었고, 먹는 순간의 신남은 맛집을 찾아다니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의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먹은 것은 정직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의 내 몸은 더욱 정직해졌다.


그 속도에 비해 먹자주의는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한 번은 마카롱에 꽂혀서 몇 달을 간식으로 마카롱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먹었다. 그 쫀쫀하고 부드러운 맛은 울룩불룩하고 빵빵한 배로 돌아왔다. 


사실 알고 있다. 먹는 것 조절하고 운동하면 된다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무슨 핑계를 가져와서라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방어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 나에게 1년마다 정기검진으로 찾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요즘도 운동해요?"

"계속 운동하다가 겨울 되면서 안 했는데, 따뜻해지면 하려고 했는데 아직 안 하고 있어요."

"몇 킬로나 쪘어요?"

"한... 4킬로?"

"제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네?"

"다시 겨울 되면 10킬로 늘었을 거예요."

"아......"

"운동은 따뜻해지면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거예요."


그래, 나중은 없다. 늘 지금만 있을 뿐. 

나중도 어차피 지금이 된다. 

그러니 지금을 조금 당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년 뒤 예약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당장의 먹고 쉬는 즐거움이 1년 뒤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그래, 이미 답은 알고 있다. 

이제 그 답에 동그라미를 쳐보자.




작가의 이전글 가치의 다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