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네?"
"겨울 되면 10킬로 늘었을 거예요."
예전의, 그러니까 먹어도 크게 살이 찌지 않던, 기초대사량이 높았던 시설의 나는, 먹기 위해 사는 거니 맛있는 것 먹자주의였다. 먹는 것은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무얼 먹을까는 행복한 고민이었고, 먹는 순간의 신남은 맛집을 찾아다니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의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먹은 것은 정직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의 내 몸은 더욱 정직해졌다.
그 속도에 비해 먹자주의는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한 번은 마카롱에 꽂혀서 몇 달을 간식으로 마카롱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먹었다. 그 쫀쫀하고 부드러운 맛은 울룩불룩하고 빵빵한 배로 돌아왔다.
사실 알고 있다. 먹는 것 조절하고 운동하면 된다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무슨 핑계를 가져와서라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방어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 나에게 1년마다 정기검진으로 찾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요즘도 운동해요?"
"계속 운동하다가 겨울 되면서 안 했는데, 따뜻해지면 하려고 했는데 아직 안 하고 있어요."
"몇 킬로나 쪘어요?"
"한... 4킬로?"
"제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네?"
"다시 겨울 되면 10킬로 늘었을 거예요."
"아......"
"운동은 따뜻해지면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거예요."
그래, 나중은 없다. 늘 지금만 있을 뿐.
나중도 어차피 지금이 된다.
그러니 지금을 조금 당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년 뒤 예약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당장의 먹고 쉬는 즐거움이 1년 뒤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그래, 이미 답은 알고 있다.
이제 그 답에 동그라미를 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