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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May 12. 2022

분명 같은데 다른

운전을 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아이와 단둘이 외출을 시작하면서부터인 듯하다. 어디를 가든 차를 몰고 다니게 된 것이.


처음엔 아이의 짐과 카시트라는 안전요소가 그 이유였다. 그러다 편리함을 알아버린 나는, 혼자 다님에도 운전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산책이 아닌 이동을 위한 걷기는 나에게 불편한 일이 되었다. 마트에 주차를 해도 최대한 입구 가까운 곳을 찾았고, 주차장이 없는 음식점은 외식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생활하다 보니 자차 운전이 꼭 그렇게 편리하지만은 않았다. 주차장이 없는 곳에서의 약속이라던지, 좁은 길을 가야 하는 경우, 질러가는 길을 두고 돌아가야 하는 경우, 차라리 걷거나 대중교통이 더 빨랐다. 그럼에도 운전의 편리성은 조금의 변수 정도는 눈감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다 얼마 전 1시간 남짓 거리에서 점심 약속이 생겼다. 보통은 차를 몰고 가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검색을 통해 어떤 노선으로 무슨 버스를 타야 하는지 확인하고,가방에는 읽어야 할 책을 넣고 길을 나섰다. 걷는 길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운전의 여러 단점 중 하나는, 직접 운전을 하면 다른 일을 못 한다는 것이다. 마침 기한 안에 읽어야 할 책이 생겼고, 그 책을 읽을 시간 확보를 위해 버스를 탔고, 나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무언가 목적이 생기면 같은 일도 다르게 된다. 이동이 단지 여기서 저기로 가는 목적이라면 최대한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택하겠지만, 이동에 산책이나, 건강의 목적이 섞이면 빠르고 쉬운 길만 택하진 않게 된다.


아마도 나는 한동안 이동에 다른 목적들을 넣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운전 대신 걷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하게 되겠지.사람의 간사함과 그것을 이용해 더 나은 길을 택하는 방법을 알아냈으니!


이게 바로 일상의 발견이고 즐거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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