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야
술에 취한 니 목소리 문득 생각났다던 그 말
슬픈 예감 가누면서 네게로 달려갔던 날 그 밤
희미한 두 눈으로 날 반기며 넌 말했지
헤어진 그를 위해선 남아있는 니 삶도 버릴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뭐가?"
"뭐래. 남아있는 삶을 버린다니."
신랑의 선곡으로 흘러나오는 노래의 노랫말을 듣다가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그때보다 두곱은 더 나이를 먹은 지금, 이 노랫말은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되었다.
누구나 지금 현재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현재의 고민을 최대의 고민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다른 일상이, 다른 고민들이 예전의 고민들을 밀어낸다. 어렴풋해진 그 고민들은 안주거리로 회자될 뿐, 크게 우리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그런데 모든 고민이 그러하듯 그 순간에는 세상 어느 고민보다 앞서 자신을 흔든다.
그러다 문득, 지금 우리의 고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똑같이 여겨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어보았던, 다른 이가 겪는 것을 보았던 일들은 지나고 나면 "라떼는...'으로 변하겠지.
그렇게 변하는 고민들을 되짚어보니, 그때의 고민이 유치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의 상황이, 우리의 관심거리가,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거리가 변해서 그런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발을 딛고 있지만, 생각은 내일, 모레, 일 년 뒤로 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나로 살고 있지만, 생각은 우리 가족, 아이들의 몫까지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본다.
10살의 고민과 20살의 고민, 30살의 고민 40살의 고민이 각기 다른 건 머릿속을 차지하는 것이 누구냐에 따라, 일상을 이루는 일들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 건 아닐까.
노래 한 소절에 많이도 나갔다. 피식 웃어본다. 뭐 심각할 건 없다. 지금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무엇에 남아있는 내 삶을 버릴 수 있을까.
사실 나는 내 삶을 버릴 생각은 없다. 삶으로 그 무엇을 끌어안을 뿐이다. 오늘도 내 삶의 반짝이는 무엇을 끌어안아본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