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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18년간 이어지는 인문 향연, 부산 인디고서원

롱블랙 7월 20일, 문장채집 no. 167

롱블랙 7월 20일, 문장채집 no. 167

인디고 서원 : 남천동 학원가, 문제집을 팔지 않는 인문학 서점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360 


1. 빨간 머리 앤에서 영감받아 지붕도 빛바랜 대문과 창문 틀 모두 초록색. 학원가 복판에서 문제집을 팔지 않습니다. 외운다고 되지 않고, 어떤 요령으로도 쉽게 깨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2. 인디고 서원. 2004년 8월28일. 남천동 골목에 문을 연 인문학 서점. 책만 팔지 않고, 크고 작은 수업도 하고 잡지도 발간. 이 서점을 시작할 때 허아람 대표는 스타 강사. 입시 과목이 아닌 책을 읽고 생각하는 법,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님.


3. 인디고 서원은 뻘흙으로 구운 '숨 쉬는 벽돌'을 쌓아 만들었습니다. 1층은 어린이 책을 파는 '인디고 아이들' 2층은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인문학 도서로 가득 찬 인디고 서원. 3층은 직원의 공간 4층은 허 대표의 아지트.


4. 훌륭한 글쓰기는 제멋대로 쓰는 거예요. 형식은 지루해요. '우리는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를 제가 던져요. 아이들은 시를 써도 되고, 세 줄 에세이를 써도 되고, 다섯 장짜리 장문의 편지를 써도 됩니다. 내면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만 하면 돼요


5. 아람쌤의 수업은 배움에 대한 박 팀장의 열정을 깨웠어요. 인문학에 빠져 고려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 고전학 교육사회학을 공부. 2004년 허 대표를 도와 인디고 서원을 함께 만들었어요. 서원에는 7명의 직원이 있는데, 박 팀장을 포함해 모두 허 대표에게 배운 경험이 있는 제자들.


인디고 서원 뒷마당에 선 허아람 대표(왼쪽)와 박용준 팀장(오른쪽). 1997년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났으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됐다. ⓒ롱블랙

6. 인디고 서원 구성원 사이에는 사회적이고 공적인 의미의 목적의식이 서로 공유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이란 밥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지점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여기에서 함께 하는 것 같아요.


7. 서원에서는 인문학을 화두로 크고 작은 수업과 모임이 열려요. 인문학 수업이 대표적. 초등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나이에 따라 반을 나눠 진행. 이 수업을 신청하려면 학생의 부모님이 먼저 '열두 달 작은 강의'라 불리는 학부모 세미나에 1회 이상 참여해야 합니다. 사정 상 참여할 수 없다면 서원이 제안하는 필독서 두 권을 읽고, 자녀 교육관에 대한 글을 한 편 써내야 해요.


8. 글쓰기를 강조하는 모습.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활동에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 


9. 영향력을 숫자로만 이해한다면 이 일을 접어야죠.


10. 서원은 잡지 발행, 국제 도서전 개최, 채식 식당 운영, 도서관 설립 등 정말 다양한 일을 벌이고 해냅니다. 이 모든 활동의 시발점이 되는 게 국내 유일 청소년 인문교양지 '인디고잉'. 


11.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돈도 없고 멘토도 없는 아이들이요. 가진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지만 잘 살고 싶고 열심히 살고 싶은 친구들이 '도와주세요, 선생님'하고 오는 곳이었으면 해요. 언제라도 기꺼이 '이 세상에 좋은 것들이 너무 많으니, 내가 나눠줄게'하고 서원 문을 열어줄 거예요.


12. 먼저 가서 '네게 필요한 게 뭐니' 묻고 싶다는 확실한 소명.


13.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이 삶에 너무 많아요. 저는 좋다고 느끼는 감정의 수위도 정말 높아요. 가사 한 줄로도 천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행복 없이 대의를 지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내 하루에 노래가 없다면, 저 노을이 없다면, 이 바람이 없다면, 어떻게 이 많은 힘겨운 일을 어깨에 메고 매일 살 수 있겠어요.


인디고서원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ndigose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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