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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전투, 여자축구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들에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를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정리한다.

이 책은 지난해 많은 지인들의 빗발치는 '추천'이 이어진 책이다. 2018년을 돌이켜 기억에 남는 책으로 여럿이 언급을 했다. 이런 동시다발은 광고보다 힘이 세다. 실패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국물도 걸쭉한데, 건더기도 헤아 릴 길 없단 얘기다. 일부만 정리해봤다. 야구를 많이 좋아하지만 이걸 읽고 나니 축구를 해 보고 싶단 마음이 몽글몽글.


-성인이 되어 우연찮게, 썩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룰도 제대로 모른 채 축구를 시작한 여자들이 있다.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넓은 피치 위를 뛰어다니고, 공 다루는 섬세한 기술들을 하나둘씩 익혀가고, 팀원들끼리 호흡을 맞춰 골대를 향해 공을 착착 몰고 가는 재미에 푹 빠진다.

-운동에 대한 깊고 오랜 오해 하나가 풀렸을 뿐인데 그녀들에게 축구를 시작한 이후의 시간들은 전과 다른 시간이 되었다.

-한 사람에게 어떤 운동 하나가 삶의 중심 어딘가에 들어온다는 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일이다.

-넓은 운동장 곳곳에 더 더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새겨지기를 바란다.

-그의 ‘일단’은 나의 ‘일단’을 완전히 압도했다.

-그렇게 축구가 하고 싶었으면서 축구화에 붙은 태그도 선뜻 떼지 못하며 망설이는 가장 큰, 아니 거의 유일한 이유는 바로 ‘팀’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단체’라는 건 생각만 해도 머릿속이 와글와글 거리는 느낌이다.

-필요하면 협업도 잘하고 낯선 사람에게 말도 잘 붙인다.

-그런 시간을 겪고 나면 그 두 배의 시간만큼은 혼자 쉬어 줘야 한다.

-원 소셜 타임당 투 혼자 타임!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는 아이 같은 불안

-마음 한구석 조명탑에 ‘팟’하고 불이 들어왔다

-유용한 정보들을 부다다다 알려 주었다.

-처음 공을 찼을 때 복사뼈께에 닿던 공의 느낌과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 앞으로 밀리는 그 느낌

-발에게 축구공이 툭툭 나가는 근사한 느낌


-공 잘 다루고 드리블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위치선정'이다.

-내 안의 유교 소녀도 비명을 지르다 기절했고 용량을 초과해 버린 내 신경줄도 빵 터져 나갔다.

-‘정말 굉장해’ 이 정도쯤 되면 그냥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갈 데까지 가 보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축구를 하게 된다면 팬티 때문이다.

-축구하는 여자들 머릿속에 뜨는 것들은 본인이 넣었던 첫 골, 본인이 경기 중 저지른 뼈아픈 실책, 우리 팀이 역전승하던 날, 우리 팀 유니폼 같은 것들일 것이다. 그 속에는 오직 나 자신, 내가 속한 팀만이 있다.

-유명 선수가 끼어들 틈이 없다.

-‘축구’와 관련해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경험들로만 꽉 채워져 있는 여자들. 오, 생각해 보니 이건 이거대로 멋있잖아?

-나는 가능한 한 축구의 많은 면을 만나려고 하는데, 그녀들은 오직 자신과 직접 맞닿는 면을 통해서만 축구를 만난다.


-로빙슛. 느리고 우아하게 너희들의 코칭을 넘어가지

-축구 골대처럼 굳건히 버텨 온

-월패스. 제3의 공간을 이용한 패스. 공간을 만든다.

-오프더볼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

-오프더볼의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상상도 못 하고 살아오다가, 그 현실태를 눈앞에서 본 순간, ‘나도 하고 싶다’를 넘어서  ‘내가 이걸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구나’를 깨닫게 될 때 어떤 감정이 밀려드는지 조금은 안 것 같다.

-일 나가고 아이 돌보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어떻게든 일상에 축구를 밀어 넣는 이 여정 자체가 어떻게든 골대 안으로 골을 밀어 넣어야 하는 하나의 축구 경기다.


-기울어진 축구장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모두들 최대한 모두의 일상에 축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패스를 몰아주고 공간을  터 주고 리듬을 맞춰 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 팀이다.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의 개념을 살짝 빌려 표현한다면, 어떠다 보니 생긴 ‘자연적인 연루’가 참여적인 연루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사회가 욕망을 억눌러서 생겨나는 이런 작은 ‘뿐’들이 모여 운동이 되고 파도처럼 밀려가며 선을 조금씩 지워 갈 것이다.

-인간은 모일수록 좋은 거 같다. 적어도 축구공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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