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12월 5일, 문장채집 no. 263
롱블랙 12월 5일, 문장채집 no. 263
주막반점 김지호 : 적당한 감각에 상상력을 더할 때, 크리에이티브는 나온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501
1. 뉴욕은 재미난 도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르버나딘'에서 밥을 먹는데, 메인 요리가 와규 갈비하고 청경채 김치, 고추장 소스. 국적/식재료/요리법의 경계가 없는 것이 곧 뉴욕 퀴진. 주막반점도 모든 경계로부터 자유롭고자 합니다.
2. 지금 뉴욕에서 한식의 위상은 가히 정점. 한동안 뉴욕이 한식에 일방적으로 익숙해졌다면, 지금은 한식이 뉴욕의 문화를 입고 새롭게 태어나며 'k푸드 르네상스'를 이루는 느낌.
3. 7년 차 쯤. 전문대 호텔학과를 졸업한 젊은 직원들이 들어오기 시작. 호텔리어로서 비전이 있고, 눈을 반짝이며 일하고, 밤새 공부하더라구요. 좋아 보였어요. 나는 한 번도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해외 이주 박람회 행사 광고를 보게 됐어요.
4. 박람회장에서 호텔요리사라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토익 성적도 필요 없다고. 유학은 어려운데, 이민은 될 거 같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기로 결심. 페이스트리 셰프로 10년차 2002년, 모든 경력을 던지고 아내와 보스턴행 비행기에.
5. 묵묵히 주방 보조로 일하며 버티던 어느 날, 오너 셰프가 만들 수 있는 디저트가 있는지 물었고. 그 자리에서 '티라미수'를 만들었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킥'을 더했죠. 오너 셰프의 마음에 쏙. 결국 정식으로 페이스트리 셰프 자리 제안. 임금은 13달러에서 연봉 3만 5000천 달러.
6. 이후 더 높은 임금을 받을 기회가 오면 일자릴 옮겼어요. 보스턴에서 델리 샵도 열었어요. 지역내 출소자를 고용해 사회 적응을 돕는 선행을 베풀 정도로 살림살이는 조금씩 나아졌어요. 그러다 150년 전통의 파인다이닝 '레스팔리에'에 테스트 없이 바로 채용. 그곳에서 멘토 '프랭크 맥클랜드'를 만났어요. 그의 선행과 성실함을 높이 샀죠. 델리 샵을 운영하며 했던 선행이 보스턴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알려졌고. 먹고 살기 위해 달려왔던 시간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
*한 달만에 해고 통보. 실력이 안된다는 피드백. 마지막 근무를 앞두고 총괄셰프의 호출. 뜻 밖의 제안. "5일간 뉴욕에 보내 줄테니 디저트를 공부하고 돌아와서 다시 해보겠냐". 그는 5일간 점심/저녁 예약을 모두 잡아줬어요. 그 중 미쉐린 3스타였던 '다니엘'. 그곳에서 디저트를 보며, 400달러짜리 디너 코스의 피날레는 어때야 하는가?를 깨달았어요. '나도 언젠가 반드시 뉴욕에 와야겠다'. 돈이 아닌 꿈을 향한 욕심이 꿈틀거린 순간이었어요.
7. 2019년 '지호'라는 레스토랑 준비. 하지만 팬데믹으로 상권이 셧다운. 소셜미디어로 상황을 공유하자, 단골 고객들이 하나둘 케이터링 요청. 주문이 늘면서 한인타운에서 노래방으로 쓰이던 공간을 빌려 팝업 레스토랑 시작. 팝업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주막반점의 오픈으로.
8. 당신의 하루가 피곤하기만 했다면, 아무 도전 없이 살았기 때문. 내 목표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필요한 일을 하는 것. 이런 자세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주막반점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joomakbanj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