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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올리버색스

롱블랙 12월 24일, 문장채집 no. 279

롱블랙 12월 24일, 문장채집 no. 279

고맙습니다 :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생각하는 동물로 산다는 것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526 


1. 우리가 마음에 간직한 기억이 곧 우리 자신이에요. 올 한 해, 어떤 기억을 남기셨나요. 오늘 이 순간은 과연 기억에 남을까요? 어린 시절 몇 에피소드 말고는 더 기억나지 않듯, 올해 있던 많은 일도 흩어져 사라질까요?


2 올리버 색스는 여든두살 죽음을 앞두고, 자기 삶을 한마디로 압축합니다 "고맙습니다"


3. 그는 열여덟에 남자를 좋아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아버지에게 고백. 이 말을 전해들은 어머니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혐오스러운 것,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이 말에 그는 "종교가 얼마나 편협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깨달았어요. 1960년 의사 자격을 획득한 그는 가족과 공동체를 떠나 미국(LA)로 이주. 당시 그는 신앙을 상실해 의미도 함께 잃어버렸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방황(책 '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에 그때 상황 묘사)


4. "삶에서 더 깊은 관계를 갈망"했던 그는 사람사이에서 안식하지 못한 채, 암페타민에 중독. 몸이 피폐해지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다 죽음에 가까워집니다. 그를 구원한 건 글쓰기. 뉴욕 한 병원에서 수면병 환자 진료하며 삶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죠. 1960년 후반, 그는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해 수십 년째 잠들어 있던 환자들을 깨우는 기적을 만들어요. '깨어남'은 이 병에 걸렸던 환자들이 깨어나 느꼈던 행복과 기쁨, 좌절과 고통을 기록한 책.


"깨어난 환자는 더 이상 자신의 병에 점유 혹은 선점당하지 않고 세상으로 향한다. 그는 간절히 열심히 사랑과 기쁨에 넘쳐 천진난만하게 세상에 귀를 기울인다. 그토록 오랜 세월 '잠들어' 차단당해 있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세계가 다시 근사하게 선명해진다"


올리버 색스는 방황하다, 글쓰기를 마주하고 구원을 얻는다. 그는 환자들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는 것을 소명이라 생각하며, 글을 적기 시작한다. ⓒ올리버색스재단


5. 2015년 남은 삶은 고작 몇 달뿐. "가급적 가장 풍요롭고, 깊이 있고, 생산적이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을 살아내기로 마음먹은 후, 철학자 데이비드 흄을 따라 '나의 생애'라는 짤막한 에세이 발표. "오히려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없이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우정을 더욱 다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글을 좀 더 쓰고, 그럴 힘이 있다면 여행도 하고,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을 얻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6. "나는 여우원숭이의 펄떡거리는 활력이 좋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 마음에 든다"

이것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을 긍정하는 사람의 태도. '우리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어쩔 수 없는 궁금증을 충족하면서, 올리버는 거기에서 활력과 호기심을 발견. 올리버가 죽을 때까지 "프로이트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라고 불렀던 사랑과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자유"를 바란 것은 우연이 아니죠


7. 올리버는 영적인 삶이 무엇인지보다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8. 마흔한 살 때 올리버는 노르웨이에서 혼자 등산을 하다 추락해 죽을 뻔. 스스로 다리에 부목을 댄 후, 팔로 몸을 떠받치며 산을 기어 내려왔죠. 그러는 동안 온갖 상념들이 스쳐 갔어요. 죽음에 대한 공포, 앞날에 대한 염려, 장애에 대한 불안. 하지만 이내 '감사'로 마음을 메워요. 


"이 오지에서 내가 절망을 향해 갔다가 돌아온 것은 영혼의 여행이었다. 이 오지에서 이 어두운 밤 속에서 나는 과학에 기댈 수 없었다. 이성으로 풀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린 나는 예술과 종교에서 위안을 얻으려 했다. 밤의 어둠을 뚫고 나를 불러줄 수 있는 것,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것, 뭔가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것, 현실을 좀 더 이해하기 쉼고 참기 쉽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은 예술과 종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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