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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디자인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다, 알레시

롱블랙 12월 27일, 문장채집 no. 282

롱블랙 12월 27일, 문장채집 no. 282

알레시 : 디자이너 없는 디자인 회사, 100년 브랜드가 되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530 


1. 알레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리빙 브랜드. 사람들은 알레시를 '이탈리아 디자인의 상징'이라 불러요. 포브스는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차별화되고 인기 있는 가정 용품 디자인을 선보인 회사"라 평가


2. 스테디셀러가 여럿. 버질 아블로와 협업한 주전자(하단 인스타 이미지 참고), 9093 케틀은 해마다 10만여개 이상 팔리고.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거미 모양의 시트러스 스퀴저 쥬시 살리프는 1990년에 출시.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와인 오프너 안나도 1994년 출시 첫해 2만개. 누적 판매량은 2016년 기준 150만 개를 넘겼어요. 이들의 시작은 가정 용품 회사.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와인 오프너 안나 G. 1994년 출시됐지만 지금까지도 알레시의 베스트셀러이다. ⓒ알레시


3. 1970년, 3대손 알레르토 알레시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큰 변화(1932년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대손 카를로 알레시가 합류하며 디자인에 대한 가능성을 봤고). "너무 어둡고 회색빛으로 가득했어요. 공장은 자동차 기름 같은 냄새로 진동했죠. 하지만 저는 젊었고, 희망에 차 있었어요. 알레시에 약간의 즐거움을 불어넣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예술과 건축 그리고 철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디자인을 통해 알레시의 제품들에 재미, 행복 같은 가치를 입히겠다고 마음. 마무리가 세심했던 기존 제품들에 예술성을 가미한 디자인을 얹기로.


4.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예술과 시의 결합이다. "진정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정을 전달하며 추억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 또한 그들을 놀라게 하고, 상식을 거슬러야 한다."

"우리가 만드는 건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무언가가 아니에요. 우리는 사람들의 희망과 꿈에 대답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죠"


지저귀는 주전자 9093 케틀. 물이 끓으면 주둥이 끝 휘슬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난다. 알레시는 기능을 넘어서,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알레시


5. 이렇게 디자인이 중요한데, 알레시엔 디자이너가 없어요. 대신 협업을 활용. 알베르토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내린 결정. 맥킨지는 알레시를 '오픈 이노베이션'이 선구자라 말해요. 

(오픈 이노베이션 -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끌어오고, 내부의 자원을 외부로 나누며 혁신을 가속화하는 일)


6. "새 자동차가 나오는 과정과 피카소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자동차 기업이 처음 하는 건 시장 조사.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죠. 시장 조사 팀은 그걸 합쳐 새 자동차 디자인으로 전달하죠. 피카소는 달라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곧바로 그려요. '누구를 위해 그려야 할까?' 이런 질문은 안 해요. 시작이 창작자 스스로인 거죠. 그의 감성과 직관에서 시작. 우리와 함께하는 디자이너들은 작은 피카소. 시장 조사가 아니라, 그들의 직관으로부터 창작이 시작되죠"


7. "우리는 예술의 중재자가 되어야 하죠. 디자이너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충분히 표현하고 싶어해요. 시장, 대중도 이들에게 기대하는 게 있죠. 알레시는 양쪽을 중재합니다"


8. 알레시의 100년을 떠받친 건 '실패'. 성공적 제품 못지 않게 실패가 나오길 반기죠. 알레시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이 철학을 잘 보여줘요. 이곳에선 다양한(성공한, 실패한) 프로토타입을 보여줘요. 


알레시 뮤지엄은 상품화가 되지 못한 제품, 출시 과정의 프로토타입 등을 전시한다. 혁신을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 알레시의 철학이다. ⓒ알레시


9. "대부분의 회사가 경계선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제품을 만들고 싶어해요.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없죠. 같은 걸 매년 생산하고, 점점 지루한 제품을 내놓아요. 알레시는 가능한 이 경계선 가까이에서 도전하는 회사.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죠"


10. "저는 다가올 날을 계획하고 싶었던 적고, 계획을 할 수 있었던 적도 없어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부딪히고, 가능한 언제나 새롭고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싶어요"


11. 알레시는 지난해(2021) 100주년. 이를 기념해 2021년 5월부터 12개월 동안 100주년 컬렉션을 공개. 알레시를 정의하는 12개의 가치(예술, 시, 경계선, 산업적 장인정신, 역설 등)를 선정하고, 매달 하나의 가치와 그걸 반영하는 신제품을 출시


알레시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essi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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