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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바라나시, 다시 가고싶네

롱블랙 12월 30일, 문장채집 no. 290

롱블랙 12월 30일, 문장채집 no. 290

철수씨와 최고의 보트 : 갠지스강의 화장터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532 


1. 바라나시에서 '철수 씨'로 통하는 인도인 바블루 샤니. 30년차 투어 가이드. 그는 인도를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매력적인 곳으로 소개하고 싶어 합니다.


2. 바라나시는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진 인도 북부의 도시. 갠지스강이 도시와 맞닿아 있어 힌두교의 성지. 매년 100만 명의 순례자, 특히 죽음을 앞둔 사람이 이곳을 찾습니다.


3. 힌두인은 윤회를 믿어요. 그들에 따르면 인생에서 저지른 모든 일은 카르마, 즉 '업'. 업을 어떻게 쌓냐에 따라 삶의 행복이 결정. 윤회는 '고통스러운 삶의 반복'인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라나시를 찾아요. 갠지스강은 두 신이 함께 관할. 파괴의 신 시바와 갠지스강의 여신 강가. 이들이 내리는 축복 덕분에 인간은 윤회를 멈추고 천국에 간다고 믿어요.


4. 힌두인들이 윤회를 끊고 '단 한 번 뿐인 삶'을 기도하는 모습,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인생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남에게 선행을 베풀어보긴 했는지. 혹여 돈만 좇다 죽는 건 아닌지.


5. 한국인에게 보트 투어를 할 때, 딱 한 가지만 생각. "왜 이곳을 찾았을까" 아마도 바라나시, 갠지스란 곳이 궁금해서겠죠. 그 호기심을 풀어주려면 더 공부해야 했어요. 한국인은 합리성을 매우 중요하게 따져요. 인도의 모든 일이 불합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정보를 잘 설명하는 사람이 없으니 실망한 채 돌아갈 수밖에요.


6. 매일 도서관을 드나들었고. 인도 역사부터 바라나시문화, 유물에 대한 자료까지 탐독. 한 달에 한 번씩 투어 대본을 새롭게. 한국말을 또박또박 읽으며 설명. 


7. 투어는 지식 자랑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좋은 여행은 두 가지 욕구를 채워줍니다. 지식의 충족, 공간과 사람을 감각하는 일. 바라나시는 '감각이 살아나는 여행지'. 누구든 이곳에선 한껏 예민해집니다. 귀각 찢어질 듯한 오토릭샤 클락션, 20분째 따라다니는 장사꾼, 골목 가득 소똥, 화장터 연기, 오묘한 향냄새. 마음이 닫혔을 때, 감각하는 모든 것들은 '혼란을 일으키는 장애물'


8. 감각을 열면, 낯선 주변이 새로운 배움으로 다가옵니다. 


9. 손님을 만족시키면, 손님도 날 만족시킨다. 코로나로 손님이 없었어요. 인도 여행 커뮤니티에서 '철수가 많이 힘들다'는 소식이 알려졌나봐요. 전화와 편지가 쏟아졌어요. 물이나 과자, 식재료, 생활비를 보내왔어요. 이러니 제가 더 잘할 수밖에 없어요. 


10. 힌두교에선 은혜를 열매에 비유. 욕심이 지나쳐 과실을 다 먹어 치우면, 새로운 나무가 싹 틀 수 없어요. 열매의 일부를 땅에 심어야, 오랫동안 열매를 먹으며 살 수 있어요.


11. 바라나시 화장터엔 우는 사람이 없습니다. 영혼이 좋은 곳으로 떠나는 길을 울음이 방해한다고 믿기 때문.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아요. 우린 언젠가 죽는다. 조금이라도 살아있을 때 삶에 충실하자. 영혼은 후회와 미련을 들고가지 않는다. 


12. 한국인들이 남은 생을 걱정만 하다 떠나지 않길 바랍니다. 어떤 한국인은 디아(꽃불) 100개를 사서 갠지스상에 띄웁니다. 이루고 싶은 소원, 해결하고 싶은 문제 등 온갖 염원을 담죠. 걱정이 많습니다. 내 마음이 오직 나를 향할 때, 삶은 불행해져요. 


여행자들이 디아에 불붙이고 있다. 갠지스강에 디아를 띄운 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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